맛집 데이트: 마지막 접시
접시가 떨어지는 소리에 레스토랑 전체가 숨을 멈췄다. 하필이면 오늘, 하필이면 이 순간에. 소진은 바닥에 산산조각 난 접시 조각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녀의 앞에는 일 년 만에 만난 전 남자친구 민호가 당혹감에 얼굴이 붉어진 채 서 있었다.
"괜찮아요, 손님. 저희가 치울게요." 웨이터가 재빨리 다가와 말했지만, 이미 분위기는 엉망이 되었다.
소진은 이 맛집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예약은 3개월 전에 했고, 그때만 해도 민호와 함께였다. 헤어진 후에도 예약을 취소하지 않은 건, 어쩌면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마지막 자존심이었을지도 모른다. '나 괜찮아, 혼자서도 이런 곳에 갈 수 있어.' 그런데 운명이란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오늘 이곳에서 민호를 마주치게 될 줄은.
"다른 여자랑 왔어?" 소진의 질문은 속삭임보다 작았지만, 민호의 귀에는 천둥처럼 울렸다.
"아니, 혼자야. 너는...?" 민호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묻어났다.
"나도." 소진은 와인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 향기로운 레드 와인이 입안에서 쓴맛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웨이터가 다가와 민호에게 자리를 안내했다. 놀랍게도 그의 자리는 소진의 바로 옆 테이블이었다. 둘 사이에 놓인 거리는 고작 50센티미터, 그러나 감정적 거리는 은하계만큼 멀었다.
메인 요리가 나왔다. 소진의 테이블에는 트러플 오일을 뿌린 완벽한 스테이크가, 민호에게는 그가 항상 좋아했던 랍스터 파스타가 서빙되었다. 그들이 함께였다면 반반씩 나눠 먹었을 요리들이었다.
식사 내내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포크질을 하던 소진은 문득 깨달았다. 그들이 헤어진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 데이트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항상 '맛집'이 그들의 중심에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기쁨, 새로운 맛을 발견하는 설렘... 하지만 정작 그들은 음식 이야기 외에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소진아." 민호가 조심스럽게 불렀다. "사실... 내가 이 예약 취소하지 않은 거야. 혹시나 네가 올까 봐."
소진의 손에 든 포크가 멈췄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도 같은 생각이었다는 걸 어떻게 말해야 할까?
웨이터가 두 테이블 사이에 디저트를 내려놓았다. "오늘의 스페셜입니다. 두 분을 위해 셰프가 특별히 준비한 디저트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큰 접시에 담긴 두 개의 작은 초콜릿 무스케이크였다. 그리고 접시 가장자리에는 초콜릿 소스로 쓰여 있었다. "Sometimes, the best ingredients need time to find each other again."
소진과 민호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때로는 가장 맛있는 순간들이 우리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