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데이트: 부모님과의 예상치 못한 만남
내 인생 최악의 데이트는 내가 아닌 부모님이 끝냈다. 용기를 내어 6개월 동안 짝사랑했던 민지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고, 그녀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을 때의 그 황홀감이란. 우리는 도시 외곽의 감성적인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선택했다. 촛불이 테이블마다 춤추는 로맨틱한 분위기, 달콤한 와인 향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완벽한 장소였다.
민지의 검은 원피스는 그녀의 우아함을 더욱 돋보이게 했고, 식사를 주문하며 나눈 대화는 놀랍도록 자연스러웠다. 그때까지는. 티라미수 디저트가 테이블에 놓이자 마자, 익숙한 웃음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고개를 돌리자 입구에 서 있는 두 사람. 현실감 없는 악몽처럼, 내 부모님이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저기, 우리 준호 아니니?" 어머니의 목소리가 레스토랑을 가로질렀다. 마치 스피커로 증폭된 것처럼 모든 테이블의 시선이 우리에게 모였다. 아버지는 손을 크게 흔들며 웃고 있었다. 이 상황이 꿈이길 바랐지만, 민지의 얼굴에 퍼지는 당혹감은 너무나 선명했다.
"어머, 네가 그렇게 말했던 민지구나!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예쁘네!" 내 어머니가 민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민지의 눈이 커졌다. '사진?' 그녀의 입술이 소리 없이 물었다. 그렇다. 내가 몰래 찍은 민지의 사진을 어머니께 보여드렸던 것이다. 그 순간 땅이 열려 날 삼켜주길 간절히 바랐다.
"우리도 첫 데이트가 이 레스토랑이었어요." 아버지가 의자를 끌어당기며 우리 테이블에 합류했다. "30년 전, 저 구석 테이블에서 준호 어머니에게 프로포즈했죠." 민지는 억지 미소를 지었고, 나는 죽음의 공포를 경험했다.
아버지는 와인을 주문하셨고, 어머니는 민지의 가족에 대해 캐물으셨다. "걱정 마, 준호는 아이들을 정말 좋아해." 어머니가 윙크하며 말했을 때, 민지의 얼굴이 토마토보다 붉어졌다.
디저트를 다 먹을 무렵, 아버지는 지갑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우리 신혼여행 사진이에요. 준호가 여기서 태어났죠." 민지의 눈이 사진에서 나로, 다시 사진으로 왔다 갔다 했다. 아버지가 덧붙였다. "물론 계획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발 밑에서 민지의 구두가 내 정강이를 강하게 차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눈에는 '지금 당장 나가자'라는 메시지가 선명했다. 계산서를 요청했을 때, 아버지가 "내가 낼게"라며 카드를 꺼내셨다. 그 순간 민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호 씨, 갑자기 두통이..." 그녀는 진심으로 아픈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어색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서둘러 레스토랑을 빠져나왔다. 밖에서 민지는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택시에 올랐다.
다음 날 아침, 내 휴대폰에 도착한 문자 메시지. "어제 너무 재미있었어요. 다음에는 우리 부모님도 소개시켜 드릴게요." 민지의 메시지였다. 이것이 진심인지 복수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다음 데이트에서는 레스토랑 선택을 더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의 기념일 달력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