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사진: 파노라마에 담긴 진실
그녀가 나에게 맡긴 일회용 카메라에는 아직 한 컷의 필름이 남아있었다. 우리의 마지막 데이트를 기록할 한 장. 이제는 현상소도 드물어진 시대지만, 그녀는 유독 이런 아날로그 감성을 좋아했다. "디지털은 너무 완벽해서 재미없어. 기다림이 없으니까."라고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 달 전, 유원지에서의 데이트. 관람차가 최고점에 도달했을 때, 그녀는 내 손에 카메라를 쥐여주며 말했다. "우리 함께 찍자." 셀카를 찍기엔 팔이 짧았지만, 그녀는 고집스럽게 내 어깨에 몸을 기대며 렌즈를 향해 웃었다. 찰칵, 스물세 번째 사진이 찍히는 순간이었다.
소나기가 쏟아지던 버스정류장. 우산 하나로 어깨를 맞대고 있을 때 그녀는 또다시 카메라를 꺼냈다. "빗방울 맞은 네 얼굴이 너무 예뻐." 스물네 번째 사진은 내가 쑥스러워하며 웃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현상된 사진들을 받아들고 처음으로 의문이 들었다. 왜 사진마다 그녀는 항상 내 왼쪽에 서 있었을까? 처음에는 우연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스물다섯 장의 사진을 모두 늘어놓고 보니, 패턴이 보였다. 언제나 그녀는 내 왼쪽에 서 있었고, 오른쪽 뺨만을 카메라에 보여주었다.
"우리 끝내자." 마지막 데이트에서 그녀가 내뱉은 말이었다. 이유를 묻자 그녀는 그저 "더 이상 연기하기 힘들어"라고만 했다. 그리고 일회용 카메라를 건네며 "마지막 한 장은 네가 찍어."라고 말했다.
오늘 아침, 그 마지막 한 장을 현상하러 갔다. 기다림 끝에 받아 든 사진은... 그녀의 오른쪽 얼굴이었다. 처음 보는 그녀의 모습. 관자놀이부터 턱까지 이어지는 깊은 흉터가 선명했다. "난 네가 실망할까 봐 늘 이쪽 얼굴을 숨겼어."라는 짧은 메모가 사진 뒷면에 적혀 있었다.
지금 그녀에게 달려가려고 한다. 내 손에는 그 사진들로 만든 작은 플립북이 들려있다. 빠르게 넘기면 우리의 데이트가 영화처럼 흘러간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내가 붙인 새 사진이 있다. 그녀의 흉터에 입맞춤하는 내 모습. 이제 남은 건 단 하나, 그녀의 양쪽 얼굴을 모두 사랑한다고 말하는 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