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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썸타기

데이트의 줄타기: 우리의 썸타기 실험

전화가 울렸을 때, 나는 그녀가 내 제안을 거절할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데이트 실험에 참여해보지 않을래?" 내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녀의 대답은 놀라웠다.

"썸타기 실험? 재미있겠네. 어떻게 하는 건데?"

우리는 서로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지만, 누구도 첫 발을 내딛지 않았다. 그래서 심리학 논문에서 본 '통제된 친밀감 형성 실험'을 제안했다. 36개의 질문을 통해 단계적으로 친밀해지는 실험. 마지막에는 4분간 서로의 눈을 쳐다보는 것으로 끝났다.

카페의 구석진 테이블, 그녀는 선명한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나타났다. 커피 향과 그녀의 향수가 섞인 공기는 묘하게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우리는 질문 카드를 펼쳤다.

"당신의 완벽한 하루는 어떤 모습인가요?" 첫 질문은 가벼웠다.

그녀는 웃으며 답했다. "비 오는 날 창가에서 책 읽고, 좋아하는 사람과 저녁 먹는 거? 너무 평범한가?"

"완벽해." 내 대답에 그녀의 뺨이 살짝 붉어졌다.

질문들은 점점 깊어졌다. "인생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인가요?"

그녀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긴장하듯 움직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진짜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 사람이 떠나가는 거."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확실했다.

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나도 같아. 누군가에게 온전히 나를 드러낸다는 건 무서운 일이야."

질문 27번. "당신과 내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녀는 미소 지었다. "우리는 친구인가요? 나는 늘 우리 사이가 그 이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마지막 질문에 도달했다. "당신의 집이 모든 소유물과 함께 불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애완동물은 이미 안전하게 빠져나왔습니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단 하나의 물건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무엇인가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내 일기장. 거기엔 네 이름이 가득해."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이제 마지막 단계, 4분간의 눈 맞춤이 남았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처음엔 어색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갈색이 아니라 미세한 금빛 반점이 있는 헤이즐색이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궁금했다.

2분쯤 지났을까, 그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정말 미치겠네."

나도 웃었다. "응, 정말 미치겠어."

타이머가 울렸다. 실험은 끝났다. 우리는 이론상 친밀감을 형성했고, 어쩌면 사랑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물었다. "실험 결과는 어때?"

"불확실해. 반복 실험이 필요할 것 같아." 내가 말했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과학적 결론을 위해서?"

"물론." 내 대답에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우리의 손가락이 얽혔다.

그날 밤, 나는 깨달았다. 썸타기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실험이 아닌, 뛰어들 용기만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음 날 아침, 나는 그녀에게 진짜 데이트를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