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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아내

운명의 데이트: 아내가 되기 전의 그녀

커피 향기가 가득한 카페의 창가 자리, 그녀는 열여섯 번째 소개팅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확인하는 그 순간,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나였다. 그때 나는 그녀가 5년 후 내 아내가 될 거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햇살이 그녀의 갈색 머리칼을 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첫 마디를 꺼내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말했다. "늦었네요." 시계를 확인하니 약속 시간보다 3분이 지나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트에 늦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나를 웃게 만든다.

"죄송합니다. 꽃을 사느라..." 내 손에 들린 작은 프리지아 다발을 건넸다. 그녀의 눈이 잠시 빛났다가 이내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날 그녀는 이것이 마지막 소개팅이라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열다섯 번의 실패 후, 더 이상의 기대는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대화는 어색하게 시작되었다. 취미, 일, 가족에 대한 뻔한 질문들. 하지만 영화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우리는 같은 영화 감독을 좋아했고, 같은 장면에서 웃었으며, 같은 대사를 기억했다. 심지어 그녀가 가장 좋아한다는 영화의 엔딩 장면을 내가 그대로 따라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의 아내는 어떤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 질문은 마치 함정처럼 느껴졌다. 면접관 앞에 선 지원자처럼, 나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옆에 있는 그 사람을 보고 미소 지을 수 있다면 그게 제 아내겠죠."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고백이 이어졌다. "사실 저, 오늘이 마지막 소개팅이라고 생각하고 왔어요. 더 이상은... 지쳤거든요." 그 순간, 나는 이상한 충동을 느꼈다. "그럼 이건 소개팅이 아니라 우리의 첫 데이트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날 우리는 카페를 나와 영화관으로, 공원으로, 한강변으로 자리를 옮겼다. 밤하늘의 별을 보며 그녀는 내게 물었다. "정말 매일 아침 내 얼굴을 보고도 미소 지을 수 있을까요?" 나는 대답 대신 그녀의 손을 잡았다.

5년이 지난 지금, 내 아내는 매일 아침 내게 물어본다. "오늘도 미소 지을 수 있어?" 그리고 나는 대답 대신 그녀의 손을 잡는다. 마치 그날 한강변에서처럼.

운명의 데이트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다. 당신의 인생을 바꿀 그 사람과의 만남도, 어쩌면 이미 어딘가에 예약되어 있는지 모른다. 3분 늦은 약속이, 당신의 평생을 바꿀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