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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여사친

데이트의 그림자: 여사친이라는 이름의 벽

"오늘 저녁에 무슨 일 있어?"라는 그녀의 메시지는 평소와 달랐다. 준영은 스마트폰 화면을 두 번 확인했다. 민지와의 10년 우정에서 이런 톤의 메시지는 처음이었다. 그는 약속된 데이트를 위해 준비하던 손을 멈추고 잠시 망설였다. 소연과의 첫 데이트였고, 준비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미안, 오늘 소연이랑 첫 데이트야." 타이핑을 마치고 보내기 버튼을 누르는 순간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마치 이 저녁의 복잡한 감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민지의 답장은 즉각적이었다. "아, 그렇구나." 단 세 단어. 그 뒤에는 평소와 달리 아무런 이모티콘도, 추가 메시지도 없었다. 준영은 묘한 불편함을 느꼈지만, 소연과의 데이트를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소연은 이미 와 있었다. 그녀의 검은 원피스와 살짝 젖은 머리카락이 램프 불빛 아래 반짝였다. 준영은 소연을 보는 순간 민지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렸다. 적어도 그렇게 노력했다.

"늦었네," 소연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비 때문에 택시가 잘 안 잡혀서..."

대화는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준영은 소연의 웃음소리가 좋았다. 그것은 크리스탈 잔이 부딪히는 소리처럼 맑고 투명했다. 하지만 테이블 위에 놓인 그의 폰이 진동할 때마다, 준영은 불안한 마음에 화면을 흘끗거렸다. 민지로부터의 메시지는 없었다.

"너 여사친 많지?" 소연이 갑자기 물었다. 그녀의 눈은 준영의 폰을 향하고 있었다.

"음... 몇 명 있어. 왜?"

"그냥." 소연은 와인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여사친이라는 건 참 미묘한 관계더라고. 특히 오래된 친구일수록."

준영의 마음속에 민지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대학 신입생 때부터 함께한 10년. 그들은 서로의 가장 행복한 순간들과 가장 어두운 순간들을 공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항상 '그냥 친구'였다. 적어도 준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비는 더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준영은 소연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때 그의 폰이 울렸다. 민지였다.

"지금 어디야?" 민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배경에서는 비 소리가 들렸다.

"데이트 끝내고 나오는 중인데..."

"준영아... 나 사고 났어. 네 집 앞이야."

준영의 심장이 멈춘 듯했다. 소연을 바라보니, 그녀의 눈에는 이미 이해의 빛이 서려 있었다.

"가봐야겠네," 소연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실망감보다는 체념이 묻어났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동안, 준영은 창밖으로 흐르는 빗물을 바라보았다. 민지와 소연, 데이트와 우정, 그 모든 경계가 비에 젖은 창문처럼 흐릿해졌다. 민지를 본 순간, 그는 자신이 10년 동안 그저 '여사친'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왔던 감정의 정체를 비로소 직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마치 오늘 밤의 갑작스러운 비처럼, 예고 없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