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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여행

마지막 데이트 여행

하늘에서 별이 쏟아질 때 그녀는 말했다. "이게 우리의 마지막 데이트 여행이야." 그 말에 담긴 의미를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랑은 종종 그런 식으로 작별을 고한다. 암호화된 메시지처럼, 너무 선명해서 오히려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제주도의 그 작은 펜션 테라스에서 우리는 밤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파도 소리가 귓가에 부드럽게 들려오고, 소금기 섞인 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감각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꼈고,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그녀는 멈추라고 했다. "이 순간은 사진으로 담기에는 너무 소중해."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오름을 올랐다. 그녀는 평소보다 서두르는 것 같았다. 정상에 도착했을 때,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풍경을 네게 꼭 보여주고 싶었어." 구름 너머로 펼쳐진 제주의 전경은 마치 다른 행성처럼 비현실적이었다. 그 순간 나는 그녀가 이미 떠나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사람들은 이별을 앞두고 마지막 아름다운 기억을 만들려고 한다.

오후에 들른 카페에서 그녀는 평소보다 많은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그녀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그 사진들에는 내가 없었다. 그저 제주의 풍경, 그녀가 마신 커피, 카페의 고양이만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나는 이미 지워진 존재였다.

저녁,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갑자기 차를 세웠다. 일몰이 끝나가는 바다를 가리키며 "저기 봐, 아름답지 않아?"라고 물었다. 하늘은 보라색과 주황색이 섞인 채 어둠에 삼켜지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나는 알지 못했다. 그것이 우리의 관계와 똑같은 상태라는 것을.

마지막 밤, 우리는 별을 보며 와인을 마셨다. 그녀가 "이게 우리의 마지막 데이트 여행이야"라고 말했을 때, 나는 웃으며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라고 물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미소지었을 뿐.

여행이 끝나고 일주일 후, 그녀에게서 온 메시지. "좋은 시간이었어, 영원히 간직할게."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그 여행이 고별사였음을. 모든 장소, 모든 순간이 작별의 의식이었다는 것을.

지금도 가끔 혼자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 어떤 풍경도 그녀와 함께한 마지막 데이트 여행만큼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이별을 앞둔 순간에 가장 완벽하게 현재에 존재하는 법을 배우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