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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짝사랑

데이트의 그림자: 짝사랑의 환상

카페 창가에 앉아 시계를 확인했다. 4시 58분. 그녀가 오기로 한 시간까지 2분 남았다. 내 심장은 타악기처럼 가슴을 두드렸고, 손바닥에선 식은땀이 흘렀다. 오늘은 내가 5년간 짝사랑해온 유진이와의 첫 데이트였으니까.

"민수야, 고마워. 네가 아니었으면 정현이한테 데이트 신청 못 했을 거야."

그녀의 문자가 떠올랐다. 그녀는 나를 '단짝'이라 불렀다. 그 말이 가슴을 찌를 때마다, 나는 웃음으로 감춰왔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데이트 코디를 도와주는 '좋은 친구'로서.

카페 문이 열리고 유진이가 들어왔다. 봄바람처럼 상큼한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이전보다 더 아름다웠다. 코롱 향수 냄새가 희미하게 퍼졌다. 그녀가 좋아하는 향. 내가 선물했던.

"민수야, 어떻게 보여? 너무 과한가?" 그녀가 한 바퀴 돌며 물었다.

목이 메었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완벽해. 정현이가 넘어갈 수밖에 없겠는데?"

그녀는 내 옆자리에 앉으며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다. "너무 긴장돼서 미치겠어. 데이트 코스 한 번만 더 확인해 줄래?"

우리는 내가 짜놓은 데이트 코스를 하나씩 점검했다. 영화관, 저녁 식사, 한강 산책. 모두 내가 상상했던,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던 장소들이었다.

"이거 정현이가 좋아할까?" 유진이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실려 있었다.

"당연하지. 내가 너라면 행복해서 미치겠는데."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후회했다. 하지만 그녀는 평소처럼 그저 미소지을 뿐이었다.

"5시 반이네. 이제 가봐야겠다." 그녀가 일어섰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꼭 잡았다. "행운을 빌어. 모든 게 잘 될 거야."

유진이는 고맙다는 눈빛을 보내며 카페를 나갔다. 창문을 통해 그녀가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테이블 위에는 그녀가 마시다 남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었다. 내가 주문한 따뜻한 카페라테와 대조적이었다. 항상 그랬듯이.

휴대폰을 꺼내 저장해 둔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유진아, 사실 내가 널 좋아해. 아주 오래전부터..." 5년 동안 한 번도 보내지 못한 메시지였다.

그녀에게 데이트 코스를 알려주고, 입을 옷을 골라주고, 무슨 말을 할지 조언해주면서, 나는 그 모든 순간을 내가 그녀와 함께하는 상상으로 채워왔다. 그것이 짝사랑의 한계였고, 나의 현실이었다.

삭제 버튼을 누르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우산을 건네지 못한 것이 문득 후회되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 오늘부터 그녀의 우산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