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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출근

마지막 데이트 출근길

출근길 지하철의 문이 닫히는 순간, 나는 문득 이것이 마지막 데이트가 될 것임을 알았다. 아침 8시 32분, 매일 같은 칸, 같은 자리에서 마주치는 그 남자와의 비밀스러운 눈인사는 오늘로 끝이 날 것이다.

6개월 전부터 시작된 우리만의 의식이었다. 강남역에서 그가 탑승하면,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정확히 세 걸음 떨어진 손잡이를 붙잡았다. 처음엔 그저 매일 마주치는 낯선 사람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의 회색 코트 주머니에 꽂힌 파란 볼펜, 왼쪽 귀에만 착용하는 작은 귀걸이, 비가 오는 날이면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떨어지는 빗방울까지 모든 것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의 데이트는 지하철이 한 정거장을 지나는 2분 30초가 전부였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를 향해 한 번씩 미소 짓고, 가끔은 우연을 가장한 눈길이 마주치기도 했다. 실제 대화는 단 한 번도 나누지 않았지만, 나는 그의 일상을 상상하며 하루를 채워나갔다. 그는 아마 디자이너일 것이다. 가끔 태블릿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는 모습이 그런 확신을 주었다.

오늘 아침,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다. 그의 손에는 작은 종이봉투가 들려있었고, 평소보다 정장 차림이 더 단정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그가 고개를 들었고,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는 웃음 이상의 것을 건넸다. 입술을 살짝 움직여 '안녕하세요'라고 말한 것이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6개월 만의 첫 인사. 용기를 내어 나도 작게 답하려는 순간, 지하철이 흔들렸고, 그 봉투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작은 청첩장이었다. 그의 이름과 다른 여자의 이름이 금색 글씨로 새겨져 있었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가 허겁지겁 청첩장을 주워 봉투에 넣는 동안, 내 마음은 이미 다음 역에 도착해 있었다. 내가 늘 내리던 역이 아님에도, 문이 열리자마자 플랫폼으로 뛰쳐나갔다. 뒤에서 그가 무언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오늘부터 나는 다른 시간에 출근하기로 했다. 회사에 지각하며 이런 변명을 늘어놓는 내 모습이 우스웠다. 한 번도 시작된 적 없는 관계의 끝을 맞이하기 위해, 평생 지각한 적 없던 내가 출근 시간을 바꾸다니.

다음 날 아침, 평소보다 한 시간 늦은 지하철에 올라탔을 때, 창가에 기대어 서 있는 그 익숙한 실루엣을 보았다. 그의 손에는 어제의 청첩장 대신 작은 쪽지가 들려있었고, 내 이름이—8년 전 같은 고등학교 선배였던 그가 기억하고 있던—그 쪽지 위에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