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데이트취업

취업 데이트: 인생의 두 관문

마지막 면접관이 내게 말했다. "김태현 씨, 당신은 면접장에서도 연애를 하려 하는군요." 회의실이 얼어붙었다. 내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는 테이블 위에서 봉인된 비밀처럼 가만히 누워있었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오후의 빛이 내 식은땀을 비추고 있었다.

열흘 전, 나는 취업과 데이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기로 결심했다. 삼 년째 백수였고, 이 년째 솔로였다. '한 번에 해결하자'라는 기발한(혹은 미친) 계획이 떠올랐다. 취업 포털에서 원하는 기업의 인사담당자를 찾아내고, 데이팅 앱에서 그들을 찾아 매칭을 시도했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절박함이 양심을 덮었다.

그렇게 만난 서지연 팀장은 내가 지원하려던 회사의 인사 담당자였다. 첫 데이트에서 그녀에게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좋아하는 영화와 음악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고, 그녀의 말에 진심 어린 관심을 보였다. 두 번째 데이트에서는 내 전공과 관련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내 능력을 어필했다. 세 번째 데이트에서는 그녀가 일하는 회사의 프로젝트에 대해 진지한 의견을 건넸다.

미팅 후 집으로 걸어가며 서지연은 내 손을 잡았다. "다음 주에 우리 회사에 지원해보는 건 어때?" 모든 계획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나의 내면에서는 승리의 팡파르가 울렸지만, 동시에 죄책감이라는 쓴맛이 혀끝에 맴돌았다.

지원서를 내고, 서류는 통과했다. 첫 면접, 두 번째 면접까지 순조로웠다. 마지막 임원 면접. 회의실 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서지연 팀장과 다른 임원들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빛이 서려 있었다.

"김태현 씨, 우리가 처음 만난 건 데이팅 앱에서였죠." 그녀가 나머지 면접관들 앞에서 말했다. 내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당신이 취업을 위해 나를 이용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침묵. 면접실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내 얼굴은 화상을 입은 듯 뜨거웠다.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때 서지연 팀장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는 열정과 창의력을 가진 인재를 찾고 있었어요. 당신은 목표를 위해 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길 줄 아는 사람이군요. 그런 점에서, 당신은 우리가 원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취업했다. 하지만 서지연 팀장과의 관계는 거기서 끝났다. 가끔 회사 복도에서 마주치면, 우리는 형식적인 미소를 교환한다. 오늘 퇴근길, 그녀가 내게 쪽지를 건넸다. "진짜 데이트를 원한다면, 이번엔 정직하게 시작해보는 게 어떨까요?" 삶이란 결국, 진실한 관계를 찾아가는 여정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