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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카페

카페 데이트의 우연한 정오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방울처럼, 그녀의 삶에서도 무언가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민지는 열두 번째 카페에서 열두 번째 핫초코를 주문했다. 이번 주에만 벌써 열두 번의 데이트, 열두 명의 남자, 그리고 열두 개의 실망이었다.

"오늘도 역시 '그냥 친구로 지내자'는 말을 들을 준비를 해야겠네." 민지는 창가 자리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매일 다른 카페, 매일 다른 남자, 그러나 매일 같은 결말. 창밖으로 보이는 가을 거리는 분주했지만, 그녀의 마음속은 한없이 고요했다.

카페의 문이 열리고 열세 번째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약속 시간보다 3분 일찍 도착했고, 민지는 그가 자신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관찰했다. 검은색 코트에 파란 머플러, 그리고 손에는 우산 대신 책 한 권. 데이팅 앱 프로필과 똑같았다.

그가 민지를 발견하고 걸어오는 동안, 카페의 스피커에서는 재즈가 흘러나왔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휘슬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 빗소리가 어우러져 기묘한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민지 씨?" 그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네, 안녕하세요." 민지는 형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대화의 시작은 언제나 같았다. 취미, 직업, 좋아하는 음식, 마지막 여행지... 모든 것이 매뉴얼대로 진행되었다.

"실은..." 그가 말했다. "전 데이트 앱에 처음 가입했어요. 사실 이 자리도 친구가 대신 약속을 잡아준 거고요."

민지는 관심 없는 표정을 지으며 핫초코를 한 모금 마셨다. 또 시작이군, 그녀는 생각했다.

"근데 솔직히 좀 당황스러워요."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당신이 열두 번째 민지 씨거든요."

민지의 손에서 머그잔이 살짝 흔들렸다. "뭐라고요?"

"이번 주에 열두 명의 '민지'를 만났어요. 모두 다른 사람들이었죠. 앱에 버그가 있는 것 같아요. 모든 매칭이 '민지'라는 이름으로 연결됐거든요." 그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민지는 얼어붙었다. "그 열두 명의 '민지'는... 어땠나요?"

"솔직히요?" 그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다들 지루했어요. 마치 대본을 읽는 것 같았죠. 하지만 당신은..." 그는 잠시 망설였다. "당신의 눈에는 뭔가 다른 게 있어요. 실망감 같은."

민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으로 진심 어린 웃음이었다. "저도 이번 주에 열두 번의 데이트를 했어요. 모두 다른 남자들이었죠. 그리고 모두 최악이었어요."

"그럼 저는 열세 번째 최악인가요?" 그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민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우연의 일치, 이 기묘한 데이트 앱의 장난, 그리고 그의 솔직함. 모든 것이 새로웠다.

"아뇨," 그녀는 마침내 대답했다. "당신은 열세 번째 가능성이에요."

창밖의 비가 그쳤다. 카페의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방울들이 멈추었고, 햇빛이 서서히 그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다. 민지는 생각했다. 어쩌면 삶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던 그 무언가도,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잠시 멈춘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