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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판타지

판타지 데이트: 현실과 꿈 사이

시계가 멈춘 건 데이트 시작 10분 전이었다. 글자 그대로, 세상의 모든 시계가 멈췄다. 민호는 약속 장소인 카페 앞에서 불안하게 발을 구르며 스마트폰을 확인했지만, 화면 속 시간은 7시 50분에서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민호는 자신의 심장만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것이라 생각했다. 지은은 언제나처럼 예쁘게 웃고 있었다. 하늘빛 원피스를 입은 그녀의 발끝에서 희미한 빛이 일렁였다.

"시계가... 이상하게 됐어. 다 멈췄어."

지은은 민호의 말에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은 시간이 필요 없으니까."

그들이 카페에 들어서자 모든 사람들이 얼어붙은 듯 정지해 있었다. 바리스타의 손에서 커피가 공중에 멈춰 있었고, 입구 근처 여성의 머리카락은 바람에 살짝 들린 채로 고정되어 있었다. 오직 지은과 민호만이 움직일 수 있었다.

"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민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만의 데이트를 위한 작은 마법이야." 지은의 눈동자가 빛났다. 말 그대로, 그녀의 눈에서 별빛 같은 금색 입자들이 반짝였다. "서둘러. 우리에겐 단 하루뿐이야."

그들은 텅 빈 영화관에서 원하는 영화를 틀었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따랐으며, 놀이공원의 모든 놀이기구를 독차지했다. 롤러코스터를 탈 때 민호는 공중에 멈춰 있는 새들 사이로 손을 뻗어 그들의 깃털을 만졌다. 차가운 깃털 감촉이 현실처럼 선명했다.

"네가 누구야?" 밤하늘 아래 민호는 마침내 용기를 내 물었다.

"나는..." 지은이 망설였다. "판타지 세계와 현실 사이의 문지기야. 일 년에 하루,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 밖에서 데이트할 수 있어."

민호의 등줄기로 한기가 흘렀다. "그럼 내일은...?"

"내일 아침, 너는 이 모든 것을 꿈이라 생각할 거야. 우리가 데이트했던 기억도, 내가 누구인지도." 지은의 눈에서 별빛 같은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내년에 우리는 다시 처음 만나게 될 거야. 항상 그래왔듯이."

민호는 그제서야 지은의 얼굴이 왜 그토록 익숙했는지 깨달았다. 그는 이미 수십 번, 어쩌면 수백 번 그녀와 이런 하루를 보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억하지 못했다.

"이번엔 기억하게 해줘." 민호가 그녀의 손을 강하게 잡았다. "뭐든 할게. 주문을 걸어, 표시를 남겨."

지은은 슬픈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규칙에 어긋나."

"그럼 내가 네 세계로 갈게."

"불가능해."

동이 트기 시작했다. 지은의 몸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잊지 마, 제발!" 민호는 절박하게 외쳤다.

지은은 마지막 순간, 민호의 손목에 작은 별 모양의 표식을 남겼다.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다음에 만나면, 이 표식을 보고 기억해내길."

다음 순간, 민호는 자신의 침대에서 눈을 떴다. 평범한 월요일 아침이었다. 그는 이상한 꿈을 꾼 것 같다는 느낌만 희미하게 남은 채 일어났다. 손목에 별 모양의 점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그는 오늘도 평범한, 그러나 어딘가 공허한 하루를 시작했다. 그리고 1년 후, 그는 다시 그녀를 처음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