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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패션

패션 데이트: 우리가 입은 모든 것들

그녀는 내가 그녀의 옷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거울 앞에서 세 번째로 옷을 갈아입으며, 은영은 내 표정을 훔쳐보았다. 나는 무신경한 척 휴대폰만 들여다봤지만, 사실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빨간 원피스, 청바지에 흰 블라우스, 그리고 지금의 검은 미니스커트와 줄무늬 티셔츠. 그녀의 선택이 말해주는 이야기들을 나는 읽고 있었다.

"어때? 이건 좀 괜찮아?" 그녀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묻어있었다. 향수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

"뭘 입든 예쁘지만, 네가 편한 게 최고야."

은영이 한숨을 쉬었다. "그게 아니라... 오늘은 특별하잖아. 우리 만난 지 1주년인데."

나는 웃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옷장을 열고 평소에 입지 않던 하늘색 셔츠를 꺼냈다. 그녀가 내 생일에 선물했던 것이다. 바지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그녀 앞에 놓았다.

"열어봐."

은영은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작은 귀걸이 한 쌍이 빛났다. "이거... 내가 지난번 쇼핑몰에서 보고 좋아했던 거잖아."

"기억하고 있었어. 그날 네가 입었던 하늘색 원피스에 어울릴 것 같아서."

은영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 내가 뭘 입었는지 기억해?"

"당연하지. 첫 데이트 때는 하얀 원피스에 빨간 스니커즈. 두 번째는 청바지에 오버사이즈 니트. 그리고 크리스마스 때는..."

"잠깐, 진짜로 다 기억하고 있어?" 은영의 눈이 커졌다.

나는 핸드폰을 건넸다. 갤러리에는 '은영의 패션'이라는 앨범이 있었다. 매일매일, 그녀가 입었던 옷들의 사진과 함께 짧은 메모가 있었다. '오늘은 셔츠 매무새가 예뻤다', '이 컬러는 피부톤과 완벽하게 어울린다', '비 오는 날의 트렌치코트는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은영은 한참동안 사진들을 넘겨보았다. "이게... 왜?"

"패션은 언어야. 네가 말하는 방식이고, 네 기분을 표현하는 방식이야. 나는 그 언어를 배우고 싶었어. 네가 슬플 때 입는 옷, 기쁠 때 입는 옷, 나를 보고 싶을 때 입는 옷..."

은영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누구도 나를 이렇게 봐주지 않았어."

하늘색 셔츠를 입은 나와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은영. 우리의 세 번째 데이트 사진은 앨범에 추가되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함께 사진을 찍기 시작했으니까. 때로는 어울리지 않고, 때로는 완벽하게 매치되는 우리의 패션처럼, 우리의 관계도 그렇게 이어졌다. 누군가의 진짜 모습을 보는 방법은, 그들이 매일 아침 선택하는 것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