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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호텔

호텔 데이트: 그림자의 만남

그녀가 호텔 로비에 발을 디뎠을 때, 공기 중에 떠도는 긴장감이 피부를 간질였다. 윤아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데이트 앱에서 만난 남자와의 첫 만남, 그것도 호텔에서. 친구들은 미쳤다고 했지만, 그녀에겐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302호 손님이신가요?" 리셉션의 여직원이 미소 지으며 물었다. 윤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아직 객실 번호를 모른다. 사실, 그녀는 '그'의 진짜 이름조차 모른다.

대리석 바닥에 울리는 구두 소리가 마치 시계 초침처럼 윤아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로비의 크리스탈 샹들리에 아래, 은은한 재즈 음악이 흐르는 바에서 그를 만나기로 했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남자가 말했던 그대로. "호텔 '시크릿 가든' 바에서 6시에 뵙겠습니다. 검은 장미를 테이블에 두겠습니다."

시크릿 가든으로 향하는 윤아의 손에는 작은 노트북이 들려 있었다. 취재용이다. 그녀는 신문사의 기자였고, 이번 기사의 주제는 '데이트 앱을 통한 신종 사기 수법'이었다. 3개월간 그녀는 앱에서 여러 명의 여성들에게 접근하여 고급 호텔에서 만남을 제안한 후 사라지는 의문의 남자를 추적해왔다.

바에 들어서자 검은 장미가 놓인 테이블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 앉아있는 남자. 윤아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는 앱의 프로필 사진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깔끔한 슈트 차림, 온화한 미소, 그리고 신뢰감을 주는 눈빛.

"윤아씨?" 그가 일어서며 손을 내밀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윤아는 미소로 답하며 그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사기꾼의 손치고는 너무 따뜻했다.

대화는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그는 자신을 '민준'이라고 소개했고, 투자 회사에서 일한다고 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윤아의 기자 본능을 자극했다. 너무 완벽했다. 너무 매끄러웠다. 그것이 바로 문제였다.

"객실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게 어떨까요?" 두 시간의 대화 끝에 그가 제안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윤아는 준비해온 녹음기의 버튼을 조용히 눌렀다.

"좋아요, 민준씨. 그런데 가기 전에... 실은 제가 당신에 대해 알고 있어요." 윤아가 정중하게 말했다.

민준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가 다시 부드러워졌다. "무슨 말씀이신지..."

"당신은 민준이 아니죠. 적어도 3개의 다른 이름으로 여성들을 만났고, 모두 이 호텔이었어요."

그의 눈에 잠시 당혹감이 스쳤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맞아요. 저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윤아씨... 아니, 서울일보의 김윤아 기자님." 그가 자신의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저는 사이버수사대 형사입니다. 당신과 같은 사건을 추적하고 있었죠."

윤아의 노트북이 테이블 위에서 빛을 발했다. 화면에는 그들이 쫓던 진짜 사기꾼의 사진이 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가끔은 데이트가 예상치 못한 동맹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특히 그것이 5성급 호텔의 바에서 시작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