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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화장품

데이트 화장품: 진실을 감추는 레이어들

여섯 번째 데이트인데 아직도 그는 내 맨얼굴을 본 적이 없다. 아침 6시, 나는 그가 오기로 한 시간보다 두 시간 일찍 일어나 화장대 앞에 앉았다. 베이스를 바르고, 쿠션을 두드리고, 블러셔를 쓸어 올린다. 마치 전쟁터로 나가는 병사처럼 정확하고 일관된 동작으로 얼굴에 새로운 가면을 씌운다.

민혁은 내 화장을 좋아한다. "너의 아이라인은 언제나 완벽해," 그가 말했다. 그 말이 칭찬인지 경고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내 화장품 파우치는 갈수록 무거워진다. 립스틱 여섯 개, 파운데이션 세 개, 컨실러 네 개... 그의 칭찬을 받을 때마다 하나씩 늘어났다.

오늘은 한강 공원에서 데이트하기로 했다.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만나자"는 그의 제안에 웃으며 수긍했지만, 내 화장품 파우치는 평소보다 더 무거워졌다. '자연스러운 데일리 메이크업'에는 더 많은 제품이 필요하니까. 아이러니하게도.

봄바람이 불어온다. 강가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동안 바람이 점점 거세졌다. 민혁의 시선이 내 얼굴에 고정되었다.

"무슨 일 있어?" 내가 물었다.

"네 마스카라가 번졌어. 여기..." 그가 내 눈 밑을 가리켰다.

당황한 나는 휴대폰 카메라로 확인했다. 아무것도 번지지 않았다. 그저 그의 착각이었다. 하지만 불안감은 이미 피어올랐다. 화장이 무너지면 내가 무너진다.

그날 밤, 오랫동안 거울을 바라보았다. 화장품으로 덮인 내 얼굴은 누구의 얼굴인가? 처음으로 의문이 들었다. 내일은 무엇을 바를 것인가? 어떤 색조로 그를 만족시킬 것인가? 어떤 브랜드가 그의 관심을 더 끌까?

다음 날, 일곱 번째 데이트. 나는 결심했다. 화장대 앞에 앉지 않았다. 클렌징 워터로 맨얼굴을 씻어내고 보습제만 가볍게 발랐다. 만날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심장은 빠르게 뛰었다.

카페에서 그를 발견했다. 그는 내 얼굴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오늘은... 다르네," 그가 말했다.

"맨얼굴이야. 이게 진짜 나야."

민혁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사실, 나도 그동안 네가 화장하는 게 부담스러웠어. 네가 자신을 감추는 것 같아서..."

우리는 서로를 새롭게 바라보았다. 나는 화장품으로 만든 가면 뒤에 숨어있었고, 그는 그 가면을 바라보며 진짜 나를 찾고 있었다. 데이트는 어쩌면 서로의 레이어를 한 겹씩 벗겨내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날 저녁, 나는 화장품 선반을 정리했다. 버리진 않았다. 다만 재배열했다. 이제 그것들은 더 이상 방어막이 아닌, 선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