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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데이트

운명의 데이트: 우리가 쓰는 드라마

첫 번째 데이트에서 그녀는 내게 물었다. "당신의 인생이 드라마라면, 지금은 몇 회차인가요?" 그 질문이 내 인생을 바꿨다.

커피숍의 창가 자리.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오후의 햇살에 춤을 추고, 아메리카노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우리 사이의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고 있었다. 처음 만난 그녀의 목소리는 라디오 DJ처럼 부드러웠고, 웃을 때마다 왼쪽 볼에 작은 보조개가 꽃처럼 피어났다. 데이팅 앱에서 시작된 만남치고는 너무 자연스러웠다.

"모르겠어요. 아마 지루한 일상 드라마의 100화쯤? 특별한 사건도 없고, 시청률도 바닥일 거예요."

그녀는 고개를 기울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아니요, 당신은 지금 시즌2의 첫 에피소드예요. 전환점을 맞이한 주인공이죠."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렸다. 우산을 나눠 쓰며 걷는 동안,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말기 암 진단을 받고 모든 치료를 포기했다가, 기적적으로 완치 판정을 받은 이야기. 그때부터 그녀는 매일을 드라마의 한 에피소드처럼 살기로 했다고 했다. 각 날이 중요한 플롯을 가진 에피소드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사소한 순간도 의미를 갖게 된다고.

두 번째 데이트에서 우리는 서로의 드라마 줄거리를 써주기로 했다. 그녀는 내게 "실패를 두려워하는 천재 피아니스트, 우연히 만난 여인과 함께 잃어버린 열정을 되찾는 이야기"라는 황당한 설정을 줬다. 나는 그녀에게 "매일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갈 수 있는 여자, 그러나 정작 자신의 꿈은 꾸지 못하는" 이야기를 써줬다.

세 번째 데이트는 병원 대기실이었다. 갑작스러운 재발.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내 손가락이 떨렸다. "이번 에피소드는 좀 어둡네요," 그녀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괜찮아요, 모든 좋은 드라마에는 위기가 있어야 하니까."

여섯 번째 데이트는 병실이었다. 열 번째는 호스피스. 매번 만날 때마다 그녀는 약해졌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강해졌다. 우리는 서로의 생각, 두려움, 희망, 후회에 대해 모든 것을 나눴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우리는 평생 알고 지낸 것 같은 친밀함을 느꼈다.

마지막 데이트에서 그녀는 내 손을 꼭 쥐며 속삭였다. "이제 내 드라마는 시즌 피날레에 도달했어요. 하지만 당신의 드라마는 계속되어야 해요. 약속해요?"

오늘, 그녀의 1주기에 나는 새로운 데이트를 시작했다. 낯선 사람과의 첫 만남이 아니라, 빈 종이와의 데이트. 그녀가 남긴 메모장에 매일 한 페이지씩, 내 인생 드라마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쓰고 있다.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지루하기도 하지만 – 모든 순간이 의미를 갖는 드라마. 언젠가 내 드라마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제작자 명단에 그녀의 이름이 가장 먼저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