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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괴담

로맨스 괴담: 사랑의 잔향

그녀가 죽은 지 정확히 일 년이 지난 날, 나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카페에서 그녀의 향기를 맡았다. 라벤더와 바닐라가 섞인 그 특유의 향. 그 누구도 사용하지 않던 그녀만의 향수였다. 커피잔을 들고 있던 내 손이 덜컥 떨렸다.

"민준 씨, 오랜만이네요."

고개를 들어보니 내 앞에 그녀가 서 있었다. 서연이었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1년 전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모습 그대로였다.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 하지만 미소는 여전히 따스했다.

"어... 어떻게...?"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앉아도 될까요?" 그녀는 내 맞은편 의자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카페 안의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당신은 죽었어. 교통사고로."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래요." 서연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약속했잖아요. 당신이 커피를 마시며 나를 기다리면 꼭 나타나겠다고."

우리의 마지막 약속. 내가 늦게 도착한 그날, 서연은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당했다. 내가 제시간에 도착했더라면 그녀는 그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죄책감이 날 괴롭혔다.

"왜 왔어?" 내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이 아직도 자책하고 있더군요." 서연이 내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녀의 손은 내 손을 통과했다. 차가운 공기만이 내 피부를 스쳤다. "사고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어요. 운명이었을 뿐이죠."

그날 이후로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서연을 만났다. 아무도 그녀를 보지 못했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선명했다. 우리는 대화를 나누고, 웃고, 때로는 침묵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느꼈다. 사랑은 계속되었다. 죽음을 초월한 로맨스.

어느 날, 카페 주인이 내게 다가왔다.

"혼자 앉아서 매번 누구에게 말하는 거죠?" 그의 표정에는 걱정이 서려 있었다.

"아... 전화 통화 중이었어요." 나는 변명했다.

그날 밤, 서연이 내 방에 찾아왔다.

"이제 그만해야 해요, 민준 씨." 그녀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게 울렸다. "당신은 계속 살아가야 해요. 나를 기억하되, 나에게 갇히지 말아요."

"난 당신을 사랑해." 내가 말했다.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 그래서 보내줘야 해요." 서연의 모습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다음 날, 카페에 갔지만 서연은 오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도, 한 달이 지나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날, 같은 자리에 앉아있던 나는 옆 테이블에서 라벤더와 바닐라 향이 섞인 향수 냄새를 맡았다. 고개를 돌리니 낯선 여자가 미소 짓고 있었다.

"혹시 그 책 재미있나요?" 그녀가 내가 읽던 책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날 밤, 창문으로 들어온 달빛에 내 방이 환하게 빛났다. 책상 위에 놓아둔 서연의 사진 속 그녀가 미소 짓고 있었다. 그리고 창가에 놓인 화분에서 라벤더 한 송이가 피어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알았다 - 때로는 사랑이 괴담처럼 느껴질지라도, 진정한 사랑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