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의 대학교: 우리가 배우지 못한 것들
대학 도서관 창가에 앉아 그를 지켜본 지 정확히 83일째였다. 사랑이란 감정이 이토록 정확한 숫자로 측정될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문학과 3학년 김하은은 오늘도 철학과 선배의 뒷모습을 노트에 스케치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그 자리에 앉아도 될까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하은은 노트를 황급히 덮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가, 83일 동안 지켜봤던 바로 그 선배가 그녀 앞에 서 있었다. 심장이 귓가에서 요란하게 뛰었다.
"당신을 관찰하는 레포트를 쓰고 있었어요." 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간 행동 심리학 수업 과제인데,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는 사람이 있어서."
하은의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어졌다. 도서관의 먼지 냄새와 오래된 책 향기 사이로 그의 상쾌한 향수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3시의 햇살이 그의 갈색 머리카락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실은..." 하은이 떨리는 손으로 노트를 열었다. 그 안에는 그의 뒷모습을 다양한 각도로 스케치한 드로잉들로 가득했다. "제가 당신을 관찰하고 있었어요."
예상과 달리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대학교에서 가장 로맨틱한 스토커를 만난 것 같은데요." 그는 노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정말 잘 그리네요. 미술을 전공했어요?"
"문학이요. 이건 그냥... 취미예요." 하은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흥미롭네요. 문학도의 시선으로 본 제 모습이 궁금해요. 커피 한 잔 하면서 이야기 나눌래요? 참, 전 민준이에요."
도서관을 나와 캠퍼스 벚꽃 아래를 걷는 동안, 하은은 대학 생활 3년 동안 배운 어떤 이론보다 중요한 진실을 깨달았다. 로맨스는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용기 있는 자에게 찾아오는 실제 삶의 한 순간이라는 것을.
그날 이후 하은의 노트에는 더 이상 뒷모습이 아닌 민준의 정면 스케치가 채워졌다. 그리고 4년 후 그들의 결혼식 날, 민준은 축사에서 말했다. "대학교는 학문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때로는 가장 아름다운 로맨스의 교실이 되기도 합니다."
가끔은 83일 동안의 관찰보다, 1초의 용기가 인생을 바꾸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