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로맨스데이트

로맨스 데이트의 그림자

그녀가 나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시간은 6시 42분이었다. "오늘 데이트 정말 기대돼. 곧 만나자." 지금은 7시 15분,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는 내 손끝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두 잔의 아메리카노에서는 더 이상 김이 피어오르지 않았다. 창문에 닿은 빗방울들이 만드는 그림자가 내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이 도시의 모든 로맨스는 비 오는 날 더욱 짙어진다고 했던가.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말이 틀린 것 같았다.

우리의 첫 데이트는 6개월 전이었다. 같은 회사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그녀를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났고, 용기를 내어 커피를 함께 마시자고 제안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매주 금요일마다 데이트를 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종종 내 꿈에도 나타났다. 특히 그녀가 머리를 뒤로 젖히며 웃을 때 목선이 그리는 곡선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풍경이었다.

8시가 되자 그녀에게 다시 연락했다. 메시지는 전송됐지만 읽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카페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커플들이 테이블마다 앉아 속삭이고, 웃고, 서로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들의 행복이 나를 더욱 고립시켰다.

9시, 창문을 때리는 비는 더욱 거세졌다. 그녀의 소식은 없었다. 카페 직원이 동정 어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이미 식어버린 두 잔의 커피 값을 계산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였다.

"여보세요?"

"김준혁 씨인가요? 박소연 씨의 핸드폰에서 발견된 연락처입니다."

그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은 빗소리보다 더 크게 내 귓가를 울렸다. 우리의 데이트를 위해 서두르다 교차로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이미 수술실에 들어간 상태였다. 대기실에 앉아 그녀의 가방을 받았다. 그 안에는 작은 상자가 들어있었다.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은반지 한 쌍이 반짝였고, 작은 카드에는 '김준혁에게, 우리의 100일을 축하해요'라고 적혀 있었다.

숫자를 세어보니 오늘이 정확히 우리가 처음 만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내가 완전히 잊고 있던 기념일을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창가에 앉아 그녀가 오지 않는다고 원망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밤새 수술실 앞에 앉아있는 동안, 나는 그녀와의 모든 데이트를 하나씩 떠올렸다. 우리가 함께 걸었던 거리, 나눴던 대화, 그녀가 눈을 반짝이며 들려주었던 미래에 대한 꿈들. 로맨스란 단순한 데이트가 아니라 서로의 시간을 함께 쌓아가는 일임을 그제야 깨달았다.

수술실 문이 열리고 의사가 나왔을 때, 나는 그녀의 반지를 꼭 쥐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다음 100일을 약속했다. 그녀가 눈을 뜨든 뜨지 않든, 내 마음속에서는 우리의 로맨스가 계속될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