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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여사친

로맨스의 경계선: 여사친이라는 이름의 함정

그녀의 웃음소리가 커피숍 유리창에 부딪혀 반사될 때마다, 내 심장은 불규칙하게 뛰었다. 여섯 번째 "우리는 정말 좋은 친구야"라는 말을 들은 날이었다.

"민준아, 이 셔츠 어때? 데이트 나가는데 괜찮을까?" 수현이 탈의실 커튼을 살짝 열고 머리를 내밀었다. 하늘색 셔츠는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과 완벽한 대비를 이루었다. 나는 목구멍에 걸린 "예쁘다"는 말 대신 "괜찮네"라는 무미건조한 평가를 내뱉었다.

여사친. 남녀 사이 친구. 우정과 사랑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모호한 관계. 수현과 나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5년째 이 모호한 경계선을 걷고 있었다. 나는 그 선을 넘고 싶었고, 그녀는 그 선을 지키고 싶었다. 혹은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 남자, 어떤 사람이야?" 커피를 마시며 물었다. 열여섯 번째 그녀의 데이트 상대에 대한 질문이었다.

"회사 선배야. 너무 다정해. 네가 좋아할 타입일 거야." 수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내 마음속 보이지 않는 유리 조각이 또 하나 깨졌다.

"그래, 잘 되면 좋겠다." 거짓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그날 밤, 술에 취해 보낸 문자 한 통. '사실 널 좋아해. 오래전부터.' 후회와 공포로 뒤섞인 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답장이 와 있었다. '민준아, 우리 오늘 만나자.'

한강공원 벤치에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 봄바람이 불어오는데, 내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멀리서 걸어오는 수현이 보였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였다. 긴장감이 무거운 구름처럼 우리 사이를 채웠다.

"미안해." 먼저 말을 꺼냈다. "술김에 그런 말을..."

"네 마음... 알고 있었어." 수현이 조용히 말했다. "사실 나도..."

심장이 멎는 기분이었다.

"나도 널 좋아했어. 1학년 때." 과거형으로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칼처럼 날카로웠다. "근데 넌 내가 고백할 때마다 모른 척했어. '우린 친구잖아'라고 말하면서."

기억의 조각들이 새롭게 재배열되었다. 교실에서 우연히 마주친 시선들, 밤늦게 보낸 문자들, 그리고 "우리 영화 보러 갈래?"라는 수현의 질문에 "여자친구 생기면 어색해질까봐..."라고 대답했던 내 모습.

"난... 몰랐어."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포기했어. 친구라도 되자고 생각했지." 수현의 눈에 맺힌 눈물이 햇빛에 반짝였다. "근데 지금은... 이미 다른 사람이 생겼어."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우리가 걸어온 5년의 시간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면 어땠을까. 내가 조금만 더 용기를 냈다면, 그녀가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로맨스란 게 참 웃기지 않아?" 수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서로 좋아하는데도 타이밍이 안 맞아서, 혹은 겁이 나서, 결국 스쳐 지나가는 거야."

그녀가 떠난 후, 벤치에 홀로 앉아 생각했다. 여사친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만들어놓은 안전지대는 사실 우리 모두를 가두는 감옥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감옥의 열쇠를 서로에게 맡겨놓고, 누구도 문을 열지 않기를 바랐던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