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소설: 별점 다섯 개의 기억
맛집 블로거로 산다는 건, 맛집이 아닌 곳에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재능을 가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장례식 날, 나는 어떤 음식도 제대로 삼킬 수 없었다. 상갓집 음식이 내 입에는 모두 똑같은 맛이었다—아무 맛도 없었다.
장례식 다음 날, 나는 아버지의 서재를 정리하다 한 권의 노트를 발견했다. 표지에는 '맛의 기억'이라고 아버지의 삐뚤빼뚤한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첫 페이지를 펼치자 놀랍게도 그것은 소설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소설 형식을 빌린 맛집 리뷰였다.
"6월 17일, 비 내리는 수요일. 골목길 끝 작은 국수집에서 만난 멸치국수는 마치 첫사랑의 입맞춤처럼 설렜다. 짭조름한 국물이 혀끝에 닿는 순간, 나는 스물셋, 그녀를 처음 만난 그 여름날로 돌아갔다..."
깜짝 놀라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또 다른 이야기가 있었다.
"9월 3일, 맑음. 시장 안쪽 작은 분식점 떡볶이는 우리 아이가 태어난 날의 행복감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매콤하면서도 달큼한 그 맛은, 아기의 첫 울음소리처럼 강렬하고 생명력 넘쳤다..."
아버지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인생을 소설처럼 써내려가고 있었다. 각 요리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특별한 기억의 매개체였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아버지가 이렇게 감성적인 글을 썼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노트 중간쯤에서 내 이름이 나오는 페이지를 발견했다.
"4월 8일, 바람 부는 토요일. 딸아이와 함께 간 한강 근처 햄버거 가게. 소박한 치즈버거 한 입에 담긴 행복은 별점 다섯 개로도 표현할 수 없다. 아이가 케첩을 옷에 흘리고 당황하는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맛이란 건 결국 함께하는 사람과의 순간이 아닐까..."
눈물이 글썽였다. 나는 그날을 기억했다. 열두 살 생일, 아버지가 처음으로 나를 '어른 취급'해주며 데이트 신청을 했던 날. 하지만 아버지에겐 그 소박한 햄버거가 그토록 특별했다니.
노트 마지막 페이지에는 어제 날짜가 적혀 있었다.
"내일이면 떠나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건, 딸아이가 끓여주는 미역국이다. 아직 맛보지 못했지만, 이미 별점 다섯 개를 줄 준비가 되어있다."
나는 부엌으로 달려갔다. 서툴게 미역을 불리고, 소고기를 볶고, 국을 끓였다. 완성된 미역국을 한 숟가락 떠서 맛보았다. 짭조름하고 구수했다. 아버지가 생전에 즐겨 먹던 맛이다. 그릇에 국을 담고 작은 상을 차려 아버지의 사진 앞에 놓았다. 비로소 깨달았다. 모든 맛집 소설의 주인공은 결국 함께 나누는 사람들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