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여사친: 우리가 모르는 맛
"맛집 리뷰어로 살아가는 비결이 뭐냐고? 진짜 맛이 아니라 진짜 감정을 알아채는 거야." 내가 늘 하는 말이지만, 여사친 수민이에게만은 통하지 않았다.
첫 만남은 대학교 2학년, 식품영양학과 조별과제에서였다. 나는 요리에 소질이 없었고, 수민이는 엄청난 미식가였다. 서로 다른 우리가 친구가 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맛'에 대한 다른 관점 때문이었다. 나는 맛을 이야기로 풀어냈고, 수민이는 맛을 과학으로 해석했다.
"또 과장된 리뷰 썼구나. 이 집 소스는 명백히 화학조미료 과다야." 오늘도 수민이는 내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보며 한숨을 쉰다. 일주일에 한 번, 우리는 서울 곳곳의 맛집을 탐방한다. 내게는 콘텐츠가 되고, 수민에게는 연구 자료가 된다.
그녀의 까칠한 혀끝은 소스의 염도부터 식재료의 신선도까지 분석해낸다. 하지만 오늘따라 수민이 얼굴이 어둡다. 셰프가 직접 나와 음식에 얽힌 가족 이야기를 들려주자, 평소와 달리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 왜 그래? 꼭 실연당한 것처럼." 농담 삼아 던진 말에 그녀의 눈에 물기가 맺혔다. 다섯 해 지기 여사친의 눈물은 처음이었다.
"뭐, 맞혀버렸네. 어제 헤어졌어."
그날 밤 우리는 편의점 소주를 마시며 밤을 지새웠다. 그녀는 3년 연애의 종말을, 나는 그녀가 모르는 짝사랑의 아픔을 나누었다. 맛집 탐방은 잊어버리고, 라면과 삼각김밥의 맛을 음미했다. 수십 번 먹어본 편의점 음식이 그날따라 특별했다.
"이상하다. 객관적으로 이건 최악의 음식인데, 왜 이렇게 맛있지?" 수민이 물었다.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이게 내가 말한 진짜 맛이야. 음식은 혀로만 맛보는 게 아니거든."
다음 날, 내 인스타그램에는 깜짝 게스트가 등장했다. 평소 카메라를 피하던 수민이 직접 리뷰를 작성했다.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인생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이었다." 그 짧은 문장에 좋아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리고 한 달 후, 우리는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맛집 여사친'이라는 이름의 푸드 컨설팅 회사. 수민이는 과학적 분석을, 나는 스토리텔링을 맡았다. 맛을 평가하는 두 가지 방식이 만나 시너지를 냈다.
오늘도 우리는 새로운 맛집을 찾아 나선다. 이제 우리는 둘 다 안다. 맛의 본질은 혀에 있지 않고, 함께하는 사람과 그 순간의 이야기에 있다는 것을. 그리고 가끔은, 가장 가까운 친구가 가장 맛있는 인생의 조미료가 된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