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괴담: 마지막 야간 당직
간호사 민지는 그날 밤 들려온 작은 발소리가 자신의 운명을 바꿀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으스스한 병원 복도를 걸으며 민지는 3층 소아과 병동이 유독 조용하다는 것을 느꼈다. 야간 당직 근무 중 이상하게도 너스콜이 한 번도 울리지 않았다.
"선배, 3층 소아과 괴담 들어봤어요?" 오리엔테이션 첫날, 신입 간호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던 질문이 귓가에 맴돌았다. 민지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었다. "병원에 십 년 넘게 근무했는데 그런 건 다 미신이야." 하지만 오늘밤은 달랐다. 복도 끝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유리구슬 굴러가는 소리와 맞바꾸어 온 몸의 소름이 돋았다.
민지는 무시하려 했으나,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간호 스테이션의 형광등이 깜빡거리기 시작했고, 컴퓨터 화면은 저절로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했다.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에서 507호실 심박수가 갑자기 급상승했다 사라졌다. 507호실은 일주일 전 심장마비로 사망한 여섯 살 소녀가 머물렀던 방이었다.
용기를 내어 507호실로 향했다. 방 안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고, 침대는 비어 있었다. 하지만 창가에 놓인 의자에 누군가 앉아 있는 형체가 보였다. 작은 소녀였다. 창문에 반사된 모습은 분명 소녀의 뒷모습이었지만, 의자는 비어 있었다.
"선생님..." 작은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아직 가고 싶지 않아요..."
민지는 얼어붙은 다리를 겨우 움직여 뒤돌아섰다. 복도로 나오려는 순간, 문이 쾅 하고 닫혔다. 손잡이를 돌렸지만 열리지 않았다. 민지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그때 민지의 핸드폰이 울렸다. 부재중 전화 알림이었다. 수간호사의 번호였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자, 수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지 씨, 지금 어디에요? 일주일 전 507호 환자 부모님이 딸의 테디베어를 찾으러 오신대요. 그 아이가 그거 없으면 못 자는데..."
그 순간 민지는 침대 위에 놓인 낡은 테디베어를 발견했다. 왼쪽 귀가 반쯤 떨어진 채로.
"가지고 갈게요," 민지는 간신히 대답했다. 전화를 끊고 테디베어를 집어들었다. 문이 저절로 열렸다.
복도로 나오자 모든 것이 평범했다. 형광등은 제대로 빛나고 있었고, 컴퓨터 화면도 정상이었다. 그러나 테디베어에서는 아이가 사용하던 딸기 샴푸 향기가 났다.
다음날 아침, 민지는 그 가족을 만났다. 테디베어를 건네주자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우리 딸이 마지막으로 하고 싶다던 말이... 테디베어 찾아달라는 거였어요. 어제 밤에 꿈에 나타나서 507호실에 있다고 했는데... 믿어지지 않네요."
민지는 병원을 나서며 뒤를 돌아보았다. 3층 창문에 작은 손바닥이 유리에 찍혀 있었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병원은 때로 죽음과 삶의 경계가 가장 얇아지는 곳이란 것을, 민지는 그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