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대학교: 인생은 주사위 던짐의 연속
주사위가 멈췄을 때, 내 인생도 함께 멈춘 것 같았다. 대학교 4년의 마지막 학기, 동아리방의 형광등 아래 우리는 모두 침묵했다. 그 숫자는 '1'이었다. 내가 한 학기 더 남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규칙은 규칙이야, 민준아." 동아리 회장인 지훈이가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 보드게임 동아리 '다이스롤러'의 졸업 의식은 간단했다. 주사위를 굴려 4 이상이 나오면 무사히 졸업, 3 이하면 한 학기 더 남아 후배들을 가르쳐야 했다. 말도 안 되는 규칙이었지만, 4년 동안 누구도 이 의식에서 탈락한 적이 없었다. 내가 첫 번째였다.
동아리방 벽에는 9년 동안 쌓아온 보드게임들이 가득했다. 복잡한 전략 게임부터 순간적인 판단력을 요구하는 스피드 게임까지, 이 공간에서 우리는 인생의 축소판을 경험했다. 승리의 짜릿함, 패배의 아픔, 그리고 때로는 규칙을 이해하는데 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냥 무시하고 졸업하면 안 돼?" 내 물음에 동아리 사람들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게임의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진정한 게이머가 아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6개월 더 캠퍼스 생활을 하게 된 현실을 받아들였다.
생각해보면 대학 생활 자체가 거대한 보드게임 같았다. 입학이라는 시작점에서 출발해, 학점이라는 자원을 모으고, 친구, 연애, 동아리라는 카드를 적절히 사용하며, 졸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게임. 그리고 나는 마지막 순간에 '찬스 카드'를 뽑아 다시 몇 칸 뒤로 가게 된 것이다.
첫 주는 괴로웠다. 친구들은 하나둘 취업하거나 유학을 떠났고, 나는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다. 그러나 점차 이 '추가 턴'이 축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들에게 게임을 가르치며,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 깨달았다. 규칙을 설명하는 방법, 초보자를 배려하는 태도,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여유로움.
어느 토요일 밤, 나는 처음 본 1학년들에게 '카르카손'이라는 게임을 가르치고 있었다. 한 후배가 물었다. "선배, 보드게임이 인생에 도움이 될까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인생은 완벽한 전략이 없는 보드게임 같아. 운도 작용하고, 다른 플레이어의 선택도 영향을 미치지.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다음 수를 고민하는 거야. 그리고..." 내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가끔은 의도치 않게 한 턴 더 얻기도 해. 그때 뭘 할지는 네 선택이야."
학기가 끝나갈 무렵, 우리는 새 동아리 회장을 뽑았다. 놀랍게도 나를 추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 학기 더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야," 지훈이가 웃었다. 그날 밤, 졸업을 앞둔 나는 다시 주사위를 굴렸다. 숫자 '6'이 나왔다. 모두가 환호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캠퍼스를 떠나는 날, 동아리방 책상 위에 낡은 주사위 하나를 남겨두었다. 그 옆에는 쪽지가 있었다. "인생은 주사위 던짐의 연속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그 다음에 네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가끔은 게임판을 벗어나는 것도 게임의 일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