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소설: 마지막 주사위
주사위가 테이블 위에서 굴러가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6이 나오면 살고, 그 외의 숫자면 죽는다. 룰은 간단했다. 내 소설의 결말처럼.
"재미있잖아, 작가 선생. 당신 소설 속 게임을 현실에서 해보는 거야." 마스크를 쓴 남자가 권총을 내 관자놀이에 겨누며 말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고, 심장은 마치 가슴을 뚫고 나올 것처럼 뛰었다. 내 최신작 '데스 게임'의 주인공처럼.
1년 전, 나는 보드게임을 소재로 한 스릴러 소설을 출간했다. 주인공이 납치되어 살인마가 만든 보드게임을 하면서 살아남는 이야기. 그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 지 3개월 만에 모방 범죄가 일어났고, 지금 내가 그 피해자가 되었다.
"어떤 기분이야? 당신이 창조한 공포를 직접 경험하는 건?" 그의 목소리에서 광기가 느껴졌다. 턱 밑으로 보이는 입술이 일그러진 미소를 짓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내 소설에 등장했던 것과 똑같은 게임판이 펼쳐져 있었다. 모서리에 묻은 마른 핏자국까지도.
"창작은... 현실이 아니야." 내 목소리가 떨렸다. "소설은 픽션이라고."
"그래?"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당신의 픽션이 내 현실이 됐어. 내 동생은 당신 소설을 읽고 이 게임을 따라 했다가..."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뉴스에서 보도된 그 사건이 이 남자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소설 속 살인 게임을 모방한 10대들 중 한 명이 그의 동생이었다.
"이제 당신 차례야." 그가 주사위를 내 앞으로 밀었다. "소설 속에서는 주인공이 살아남았지. 현실에서도 그럴 수 있을까?"
떨리는 손으로 주사위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플라스틱 감촉이 현실감을 더했다. 내가 창조한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은 마지막 순간에 주사위를 던지지 않고 살인마의 심리적 허점을 찌르는 말로 상황을 역전시켰다.
"당신 동생은..."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주사위를 쥐었다. "실은 게임에서 이길 수 있었어. 소설에서 암시한 비밀 룰이 있었거든."
그의 눈이 흔들렸다. "무슨 소리야?"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주사위를 던졌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굴러가는 주사위를 따라갔다. 그 짧은 틈을 타 나는 테이블 밑에 숨겨둔 작은 조각상을 움켜쥐었다.
주사위가 멈췄다. 1이 나왔다. 죽음의 숫자.
"역시." 그가 씩 웃으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소설가의 운명도 결국 소설처럼 비극적이군."
하지만 진짜 반전은 그때였다. 냉정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모든 작가는 자신의 결말을 직접 쓴다고 배웠어."
그리고 소설 속에 없었던, 현실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