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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여름

보드게임의 여름: 주사위 너머의 열기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이 보드게임 위에서 춤을 추었다. 에어컨이 고장 난 지 사흘째, 그런데도 우리는 마치 정상인 것처럼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었다.

"네 차례야," 민지가 말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주사위처럼 굴러떨어졌다. 36도의 한여름, 선풍기는 뜨거운 공기만 순환시켰고, 아이스커피는 이미 미지근해졌다.

나는 주사위를 굴렸다. 5와 3. 내 말이 '파산' 칸으로 향했다.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 웃음 속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숨어있었다. 우리 넷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이 자리에 있었다. 윤호는 해외 발령을 기다리는 중이었고, 서현은 다음 주에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다. 민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녀의 암 진단을 받은 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작년 여름엔 해수욕장에 갔었지." 내가 카드를 뽑으며 말했다. "올해는 왜 우리 이러고 있는 거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깨달았다. 이것이 마지막 여름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적어도 우리 넷이 함께하는.

윤호가 주사위를 집어 들었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보드게임의 좋은 점이 뭔지 알아? 모든 게 규칙 안에서 일어난다는 거야. 예측 가능해." 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인생은 그렇지 않은데."

창밖에서는 매미 소리가 요란했다. 서현이 손을 뻗어 민지의 손을 잡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작은 행동이 우리 모두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는 여기 있다. 지금 이 순간.

게임은 계속되었다. 주사위를 굴리고, 말을 움직이고, 카드를 뽑았다. 표면적으로는 승패를 가르기 위한 놀이였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작별 인사였다. 혹은 약속이었을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만나자는.

해가 기울고 보드게임 위의 그림자가 길어졌다. 민지가 승리했다. 우리는 모두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어쩌면 그날의 진짜 승자는 우리 모두였는지도 모른다.

이제 여름은 끝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그날 오후 주사위를 던지며 나눈 시간은,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어도 그대로일 것이다. 마치 보드게임 상자 안에 고이 접어둔 게임판처럼, 우리의 마음속에 영원히 펼쳐진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