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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출근

보드게임과 출근 사이: 말의 움직임

오늘 아침도 알람은 예정된 시간에 울리지 않았다. 다섯 번째 스누즈 버튼을 누르며 나는 인생이 보드게임이라면 지금쯤 '시작' 칸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마치 '인생게임'의 낡은 말 피규어 같았다. 오래된 정장은 구겨졌고, 넥타이는 어제 커피를 쏟은 자국이 미세하게 남아있었다. 주사위를 굴려 나아가야 하는데, 항상 1이나 2만 나오는 기분이었다.

지하철은 '할리갈리' 게임처럼 빽빽했다. 종 치는 타이밍을 놓치면 게임에서 지듯, 내리는 타이밍을 놓치면 회사에 지각했다. 오늘은 운 좋게 문이 닫히기 직전에 끼어들었다. 손잡이를 잡으며 '젠가' 블록을 건드리는 듯한 조심스러움으로 몸을 지탱했다.

"박 대리, 오늘 프레젠테이션 준비됐나?" 팀장의 목소리가 '부루마블'에서 통행료를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회의실 테이블은 '카탄'의 게임보드처럼 각자의 영역이 명확했다. 임원들은 황금 자원이 풍부한 중앙에, 나는 늘 변방의 사막 타일에 앉아있었다. 발표를 시작하자 임원들의 눈빛이 '웨어울프' 게임에서 용의자를 찾는 것처럼 날카로워졌다.

"이번 분기 실적이 목표치에 미달했습니다만..." 내 말은 '다빈치 코드'의 암호처럼 아무도 풀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의 줄은 '뱀과 사다리' 게임판처럼 꼬여있었다. 갑자기 옆자리 김 과장이 말을 걸었다.

"퇴근 후에 우리 부서 사람들이랑 보드게임 카페 가기로 했는데, 박 대리도 올래?"

처음 들어보는 제안이었다. 평소에는 '스코틀랜드 야드'의 미스터 X처럼 홀로 퇴근하는 내게 온 의외의 초대였다.

그날 저녁, 우리는 '팬데믹'을 함께 플레이했다. 세계를 구하기 위해 서로의 역할을 나누고 전략을 짜는 과정에서, 나는 회사에서 볼 수 없었던 동료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항상 무뚝뚝한 팀장은 놀라운 전략가였고, 말이 없던 신입사원은 기발한 아이디어의 소유자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은 아침보다 생기가 돌았다. 인생이 보드게임이라면, 오늘 나는 예상치 못한 행운 카드를 뽑은 것 같았다. 내일 출근길은 '모노폴리'에서 '출발' 칸을 지나는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알람을 평소보다 10분 일찍 맞추며 생각했다. 보드게임과 마찬가지로, 인생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주사위를 던질 용기가 아닐까. 그리고 가끔은, 혼자 플레이하는 게임보다 함께하는 게임이 더 재미있다는 단순한 진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