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소설: 우리가 쓰는 미완성 이야기
어머니의 책장에서 발견한 낡은 소설책은 한 번도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페이지는 반쯤 찢겨 있었고, 그 옆에는 어머니의 필체로 가득한 공책이 놓여 있었다. "이 이야기는 내가 끝내야 해," 어머니는 병상에서 내게 말했다.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몰랐다.
장례식 다음 날, 아버지는 어머니의 서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은 오래된 사진들과 영수증들 사이에서 떨렸다. 나는 옆에서 책장을 비우고 있었다. 어머니의 소설책들은 대부분 밑줄과 메모로 가득했다. 마치 그녀가 책과 대화를 나누듯이.
"아버지, 이거 뭐예요?" 내가 묻자, 아버지의 눈이 공책에 고정됐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내게 다가왔다.
"네 어머니가 평생 쓰던 소설이란다. 완성하지 못했지." 그의 목소리는 마른 모래처럼 갈라졌다. "그녀는 작가가 되고 싶었어. 하지만 나와 결혼하고, 너를 낳으면서... 그 꿈을 접었지."
그날 밤, 어머니의 공책을 펼쳤다. 첫 페이지에는 '나의 미완성 작품'이라는 제목 아래 날짜가 적혀 있었다. 내가 태어난 날짜였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어머니의 삶이 펼쳐졌다. 그것은 소설이 아니었다. 일기였다. 나의 첫 걸음마, 아버지와의 다툼, 가족 여행,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녀의 병에 관한 이야기까지.
아버지의 방에서 낮은 흐느낌이 들려왔다. 문을 살짝 밀어보니, 그는 침대 위에 앉아 작은 노트를 쓰고 있었다. "여보, 오늘 우리 딸이 네 공책을 찾았어..." 아버지도 일기를 쓰고 있었다.
다음 날, 아버지의 책상을 정리하다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수십 권의 공책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모두 아버지의 필체였다. 첫 공책은 부모님의 결혼식 날부터 시작됐다. 매일 밤, 어머니가 자신의 이야기를 쓸 때, 아버지도 그의 이야기를 써왔던 것이다.
두 개의 다른 시선으로 쓰인 같은 삶의 이야기. 두 사람이 함께 쓴 소설 같은 인생. 나는 그들의 공책을 한 권씩 나란히 놓았다. 같은 날, 같은 사건에 대한 두 사람의 감정과 생각이 서로 다르게 기록되어 있었다.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오늘, 나는 새 공책을 샀다. 첫 페이지에 '부모님의 소설'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기 시작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타인에 의해 완성되는 미완성 소설인지도 모른다.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만, 너의 페이지는 이제 시작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