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의 비밀: 네가 들어선 세계
자정이 지난 도서관에서 책장 사이로 흘러나온 속삭임은 내게만 들렸다. 보라색 표지의 낡은 책이 마치 날 부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책을 꺼내들었고, 그 순간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괴담을 읽는 자, 괴담이 된다."
첫 페이지에 적힌 문장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책장을 넘기자 먼지 냄새와 함께 오래된 종이 특유의 바스락거림이 내 손끝을 간지럽혔다.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도서관의 형광등이 미세하게 깜빡였고, 책 속 괴담은 놀라울 정도로 생생했다.
이야기는 대학 도서관에서 밤을 새며 공부하던 학생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자정이 지나 책장 사이에서 이상한 책을 발견했다고 했다. 묘하게도 그 상황은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것과 똑같았다. 등줄기로 한기가 흘렀지만, 나는 계속 읽었다.
책 속 주인공이 읽은 괴담 속 인물은 또 다른 책을 읽고 있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 마치 무한히 이어지는 거울처럼. 그러다 주인공은 자신이 읽고 있는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공포에 질려 책을 덮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을.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 도서관은 완전한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창문 밖으로는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지만, 나는 어제와 다른 세상에 서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책을 제자리에 꽂으려 일어섰을 때, 내 그림자가 내 움직임과 맞지 않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집으로 향하는 길, 나는 거울 속 내 모습이 살짝 느리게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스마트폰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은 미소 짓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웃고 있지 않았다. 괴담은 이제 현실이 되었고, 나는 그 비밀의 일부가 되었다.
오늘 아침, 도서관에 들어선 한 학생이 보라색 표지의 책을 발견했다. 그 책의 첫 페이지에는 내 이름으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그리고 지금, 당신이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 순간, 어딘가에서 책장이 저절로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비밀은 이미 당신에게로 전해졌다. 괴담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