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비밀: 그해 우리가 묻어둔 것
그녀의 시신을 발견한 건 내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를 땅에 묻은 건 나였다. 1998년 8월, 역대급 무더위가 기록된 그 여름날, 우리는 열세 살이었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발바닥을 지짐에도 하민이와 나는 마을 뒷산으로 향했다. 손에는 구멍 난 신발과 물에 젖은 일기장, 그리고 부러진 형광등 조각. 우리가 모은 '증거들'이었다. 끈적한 공기가 우리의 살갗을 감싸 안았고, 매미 소리는 귓속을 파고드는 진동으로 변해 있었다.
"여기쯤이면 괜찮을 것 같아." 하민이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우리는 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고요한 산속에 삽이 흙을 파내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땀. 끝없이 흘러내리는 땀.
구덩이가 무릎 높이쯤 되었을 때, 하민이가 물었다.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대답 대신 삽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는 일이 돌이킬 수 없는 비밀의 시작이라는 것을.
소문은 빨랐다. '선생님 딸이 실종되었다.' 온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경찰이 오고, 수색대가 꾸려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우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어른들 눈에 우리는 그저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이었을 뿐.
무더위가 절정에 달했을 때, 우리는 산에 다시 올라갔다. 구덩이 위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녹아내리는 초콜릿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만약 진실이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하민이가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말없이.
그날 밤 비가 왔다. 갑작스러운 장대비였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번개가 번쩍일 때마다 내 방이 하얗게 물들었다. 처음으로 두려움이 엄습했다. 비가 우리의 비밀을 파헤칠까 봐.
다음 날 아침, 하민이와 나는 다시 산으로 향했다. 흙이 씻겨 내려가 일부가 노출되어 있을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도착했을 때, 우리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제까지 메마르던 땅에 작은 새싹들이 돋아나 있었다. 비밀 위에 생명이 자라고 있었다.
25년이 지난 지금, 나는 가끔 그 산을 찾는다. 그곳에는 이제 울창한 나무가 자라 있다. 여름날의 그늘 아래, 우리의 비밀은 여전히 깊이 묻혀 있다. 그리고 내가 찾을 때마다, 그 나무는 속삭인다. "그해 여름에 묻은 건 정말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