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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출근

비밀 출근: 아무도 모르는 그녀의 두 번째 삶

하정은은 매일 아침 8시 정각, 두 번 출근한다. 첫 번째 출근은 모두가 아는 그것. 두 번째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

회색빛 사무실 건물 앞에서 하정은은 출입증을 목에 걸며 입구 보안 게이트를 통과했다. 금융회사 중간관리자로서의 일상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형광등 아래 반짝이는 대리석 로비는 언제나처럼 분주했고,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사람들의 향수와 커피 냄새가 뒤섞였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미세한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16층 사무실에 도착한 그녀는 시계를 확인했다. 9시 정각. "정확히 한 시간 남았군."

오전 회의가 끝나고 10시가 되자, 하정은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세 번째 칸에 들어간 그녀는 가방에서 작은 키를 꺼내 변기 옆 타일 하나를 조심스럽게 눌렀다. 소리 없이 열린 비밀 통로. 그녀의 두 번째 출근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통로는 어둡고 좁았지만, 그녀에겐 익숙한 길이었다. 손끝으로 벽을 더듬으며 내려간 계단 끝에는 푸른빛의 방이 있었다. 문을 열자 수십 개의 모니터가 벽면을 가득 채운 통제실이 나타났다. "하 팀장님, 오늘도 정시네요." 검은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상황 보고해." 하정은의 목소리는 사무실에서의 그것과는 달랐다. 더 낮고, 더 단단했다.

"오늘 아침 서울역에서 두 명의 용의자가 포착됐습니다. 거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고, 대상물은 여전히 추적 중입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앙 모니터로 시선을 옮겼다. 국가 안보국 비밀 요원으로서의 그녀의 임무는 표면적인 금융회사 업무보다 훨씬 위험했고, 더 중요했다. 십 년 전, 그녀가 특별 훈련을 마치고 이중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하지만 지금은 두 개의 다른 세계를 오가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3번 화면으로 전환해주세요." 그녀의 명령에 모니터에는 북한 외교관으로 위장한 스파이의 모습이 확대되었다. 그녀는 얼굴을 가까이 대고 세밀하게 관찰했다. "저 남자, 어디서 봤는데..."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금융회사의 상사였다. "하 대리, 지금 어디야? 바로 회의실로 와. 중요한 클라이언트가 왔어."

"네, 곧 올라갑니다." 전화를 끊은 하정은은 한숨을 내쉬었다. "30분 내로 돌아올게. 그때까지 모든 움직임을 기록해둬."

비밀 통로를 통해 다시 화장실로 돌아온 그녀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점검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이는 평범한 직장인의 얼굴.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아직 요원으로서의 날카로움이 남아있었다. 한 번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 후, 그녀는 금융회사 대리 하정은의 표정으로 돌아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그녀는 생각했다. 모든 사람은 비밀을 가지고 산다. 단지 그녀의 비밀은 조금 더 복잡할 뿐이었다. 출근과 출근 사이, 그녀는 두 개의 삶을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었다. 회의실 문을 열기 직전, 그녀는 문득 궁금해졌다. 회사 사람들 중에도 그녀처럼 매일 두 번째 출근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