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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화장품

생존의 화장품: 마지막 날의 아름다움

폐허가 된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나는 죽음보다 더 끔찍한 것을 발견했다 - 희망이었다. 깨진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은 더 이상 내가 알던 얼굴이 아니었다. 먼지와 절망으로 뒤덮인 얼굴, 그리고 이제는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느껴보는 어떤 감정의 불꽃.

저 멀리서 좀비들의 끔찍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요즘엔 그 소리마저 익숙해진 내게, 오히려 이 화장품 매장의 달콤하고 화학적인 향기가 더 낯설게 느껴졌다. 손가락으로 먼지 쌓인 카운터를 쓸었다. 아직도 완벽하게 진열된 화장품들. 세상이 무너져도 이 작은 병들은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게 뭐가 중요하냐고?" 내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손은 이미 고급 파운데이션 병을 집어들고 있었다. "세상이 끝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테스터를 열었다. 진공 포장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처음 맡는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말린 라벤더와 은은한 바닐라, 그리고 잊혀진 문명의 향기. 손가락으로 살짝 묻혀 볼에 발랐다. 그리고 또 다른 제품을. 그리고 또.

거울 앞에 앉아 세상의 종말 이후 처음으로 메이크업을 시작했다. 먼지와 불안으로 거칠어진 피부 위에 파운데이션이 부드럽게 발렸다. 마치 새 캔버스에 첫 붓질을 하는 것처럼. 블러셔는 내 창백한 뺨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아이라이너는 끝없는 경계에 지친 내 눈에 새로운 윤곽을 그려주었다.

"미친 짓이야," 나는 웃었다. 거울 속 낯선 여자도 함께 웃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은걸."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 4개월째, 내가 마지막으로 웃었던 건 언제였을까? 생존은 단지 숨쉬고 먹고 도망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지금, 이 작은 의식은 마치 인간성을 되찾는 느낌이었다.

립스틱을 골랐다. 대담한 레드. 세상이 죽어가는 동안에도 이 색은 여전히 생명력을 품고 있었다. 입술에 조심스럽게 발랐다. 그 순간,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리. 좀비들의 신음이 아니었다. 사람 목소리였다.

"여기 누구 있어요?" 남자의 목소리였다.

나는 재빨리 화장품을 가방에 쓸어 담았다. 그러나 멈칫했다. 왜 숨겨야 하지? 세상은 이미 끝났는데.

"여기 있어요," 내가 대답했다. 목소리는 오랜만에 사용해서 거칠었지만, 그래도 내 목소리였다.

그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 화장했어요?"

나는 대답 대신 립스틱을 건넸다. 그의 눈에서 처음 보는 감정, 혼란과 호기심, 그리고 어쩌면 희망이 비쳤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잃었는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깨달았다 - 생존은 단지 숨쉬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다고 느끼는 것이었다. 그리고 때로는 레드 립스틱 하나가 우리에게 그것을 상기시켜 줄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