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소개팅괴담

소개팅 괴담: 그녀의 미소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에는 온기가 없었다. 소개팅 자리에서 미소 짓는 그녀의 입술이 움직일 때마다, 말 끝에서 이상한 울림이 퍼져나갔다. 난 그것을 처음엔 카페의 음향 탓으로 돌렸다.

"김도윤 씨, 사진보다 더 잘생기셨네요." 그녀가 말했다. 박지민. 이름처럼 단아한 외모에 세련된 옷차림. 공통 친구 민수의 말대로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여자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걸까.

"아, 고마워요. 지민 씨도 사진이랑 똑같네요." 내 칭찬에 그녀는 웃었다. 그런데 그 웃음소리가 카페 스피커에서 나오는 재즈 음악과 이상하게 공명했다. 찻잔이 미세하게 떨리는 듯했다.

"실은... 민수 오빠한테 도윤 씨 소개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그녀가 커피를 홀짝이며 말했다. 내 눈이 커졌다. "정확히는 세 번째죠."

"세 번째라뇨? 전 오늘 처음 만나는데..." 내 목소리가 떨렸다.

"첫 번째는 3년 전이었어요. 강남 파스타 집. 두 번째는 작년 겨울, 홍대 술집. 그때마다 도윤 씨는 '안 맞는 것 같다'며 나를 차단했죠."

식은땀이 흘렀다. 난 그런 적이 없었다. 그녀를 처음 본 건 오늘이 분명했다. 스마트폰을 꺼내 민수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는데, 그녀의 차가운 손이 내 손을 덮었다.

"폰은 안 돼요. 오늘은 끝까지 함께해요. 세 번째니까... 이번엔 진짜 잘 될 거예요."

그때였다. 옆 테이블 커플이 내게 이상한 시선을 보냈다. 남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혼자 계신 거 맞으세요? 아까부터 혼잣말하시는데..."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내 앞에 앉아있는 그녀를 다시 바라봤다. 지민의 모습은 여전했지만, 그녀의 배경이 갑자기 희미해지더니, 어느새 모든 소리가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내 친구 민수, 기억나요?" 그녀의 목소리가 이제는 머릿속에서 직접 들리는 것 같았다. "3년 전 교통사고로 죽었죠. 그날 소개팅 오는 길이었는데..."

기억의 조각들이 흩어진 퍼즐처럼 맞춰지기 시작했다. 내가 민수에게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정확히 3년 전이었다. 그가 갑자기 음슴했다고 생각했는데...

"도윤 씨, 괜찮아요. 오늘 우리 데이트 정말 즐거웠어요." 그녀의 입술이 내 귓가에 닿았다. 차가웠다. "다음에 또 만나요. 민수 오빠가 계속 우리를 소개시켜 줄 거예요... 영원히."

내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민수'. 내용은 단 한 줄. "오늘 소개팅 어땠어? 지민이 너 마음에 들어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