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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여친

소개팅의 여친: 평행 세계의 연결

민준은 스마트폰에 '여친'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된 번호를 가만히 들여다봤다. 사실 그녀는 민준의 여자친구가 아니었다. 그저 열 번째 소개팅 상대였을 뿐이다. 하지만 번호를 저장할 때마다 '소개팅 10번째'라고 입력하는 것이 지겨워, 언젠가부터 모든 소개팅 상대를 그냥 '여친'으로 저장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름 앞에 숫자만 바꿔가며.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민준은 얼어붙었다. 분명 오늘 만날 소개팅 상대에게 전화를 건 것인데, 왜인지 1년 전 첫 번째 소개팅 상대였던 지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지은씨 맞나요?"

"네? 누구세요?" 상대방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소개팅 하기로 한 민준씨 맞죠? 저 서연이에요."

민준은 어리둥절했다. 분명 지은의 목소리였는데. 착각이었나?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약속 장소를 확인했다. 카페에 도착했을 때, 창가에 앉아있는 여자는 분명 서연이었다. 하지만 민준의 시선이 그녀에게 닿는 순간, 찰나의 환영처럼 지은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안녕하세요." 민준이 인사를 건넸다. 서연은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는 지은의 것과 똑같았다. 대화를 나눌수록 기시감은 강해졌다. 서연의 웃음 소리, 머리카락을 넘기는 손짓, 커피잔을 들어올리는 방식까지. 마치 지은이 그의 앞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혹시... 예전에 소개팅 많이 해보셨어요?" 민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뇨, 사실 이번이 처음이에요." 서연의 대답에 민준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소개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민준은 휴대폰을 열었다. '여친1'부터 '여친9'까지, 그리고 오늘 만난 '여친10'까지. 충동적으로 그는 '여친1'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울리고, 누군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민준의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분명 오늘 만난 서연의 목소리였다.

"지은씨... 맞나요?" 민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 맞아요. 근데 누구시죠?" 지은의 목소리였지만, 서연의 말투였다.

그날 밤, 민준은 모든 '여친'에게 전화를 걸었다. 놀랍게도 모두가 다른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모두가 같은 사람 같았다. 마치 평행 우주에서 온 열 명의 여자가 그의 삶에 맞닿아 있는 것처럼.

다음 날 아침, 민준은 핸드폰을 열어 모든 '여친' 연락처를 삭제했다. 그리고 새로운 번호가 걸려왔다. 화면에는 '소개팅 11번째'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민준은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것은 민준 자신의 목소리였다. "안녕하세요, 소개팅 상대 민준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