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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재밌는

소개팅의 재밌는 반전

"소개팅 상대가 30분 늦었다는 건, 내가 30분 동안 거울을 보며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라는 뜻이다." 나는 카페 창가에 앉아 머그잔 속 카푸치노 거품이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중얼거렸다. 세 번째 확인하는 메시지에도 '곧 도착'이라는 짧은 답장만 돌아왔다.

오늘의 소개팅은 친구 지연이가 극찬했던 그 남자, '유머 감각이 넘치고 재밌는 사람'이라던 김준호와의 만남이었다. 하지만 첫 인상부터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니. 나는 입구를 향해 한숨과 함께 시선을 돌렸다.

그때였다. 카페 문이 열리며 들어온 남자는 뭔가 달랐다. 키가 크고 단정한 외모지만 뭔가 어색했다. 그가 내 테이블로 다가오며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혹시 서유진 씨인가요? 죄송합니다, 준호 형이 갑자기 급체해서 제가 대신 왔어요. 저는 동생 민호입니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소개팅에 대타를 보내다니,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내 반응이었다. 화가 나는 대신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소개팅에 대리 참석이라니, 정말 재밌는 상황이네요."

어색한 침묵 대신 우리는 이 황당한 상황에 대해 웃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민호는 형과는 달리 조용하고 진중했지만, 의외로 섬세한 유머 감각이 있었다. 그는 형이 어떻게 급체했는지, 자신을 보내며 얼마나 다급하게 부탁했는지 재현해 보였고, 그의 연기는 놀라울 정도로 재밌었다.

"사실... 형이 소개팅 너무 긴장해서 체한 거예요. 3년 만의 소개팅이라 어제부터 연습하다가..."

민호의 솔직한 고백에 나는 다시 한번 크게 웃었다. 원래의 소개팅 상대를 만나지 못한 실망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예상치 못한 이 상황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예정된 두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 만날 예정이었던 준호에 대한 이야기부터 각자의 취미, 좋아하는 음식까지. 민호는 형과 달리 유머러스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재밌는 사람'이었다.

헤어질 때쯤, 민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음에도... 혹시 만나볼 수 있을까요? 이번엔 제가 정식으로 초대해서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지연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마워, 정말 재밌는 소개팅이었어. 근데 있잖아, 내가 만난 건 준호가 아니라 민호였어." 전화기 너머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때로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들이 인생에서 가장 재밌는 순간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오늘의 소개팅이 완벽하게 증명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