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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초콜렛

소개팅의 초콜렛: 녹아버린 기회

주머니 속 초콜릿이 녹아내리는 속도만큼 빠르게 내 자신감도 녹아내렸다. 소개팅 장소로 들어서는 순간, 에어컨 바람은 내 이마의 땀방울만 식힐 뿐, 주머니 속 녹아내리는 초콜릿을 구할 수는 없었다.

"너 괜찮아? 얼굴이 하얗게 질렸는데." 친구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을 리가 없었다. 사흘 밤을 고민해서 골랐던, 소개팅 상대에게 건네려던 벨기에 수제 초콜릿이 내 주머니 속에서 죽어가고 있었으니까. 후덥지근한 6월의 공기는 내게 잔인했다.

카페 안쪽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사진보다 더 예뻤다.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손짓이 우아했고, 정면을 바라보는 눈빛은 맑았다. 주머니 속 초콜릿 사태를 잊고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정우라고 합니다." 내가 건넨 명함과 함께 그녀의 미소가 활짝 피어났다. 자기소개가 이어지는 동안 주머니 속 꿀럭거리는 초콜릿 봉투가 신경 쓰였지만, 그녀의 말투에 집중하려 애썼다.

"실은 초콜릿 공부를 하고 있어요. 벨기에에서 1년간 초콜릿 제조법을 배웠죠." 그녀의 말에 나는 얼어붙었다. 심장이 오락가락했다. "좋아하세요, 초콜릿?" 그녀가 물었다.

천천히 주머니 속 손을 뺐다. 갈색 얼룩이 손가락에 묻어났다. "사실은..." 말을 꺼내려는 순간, 그녀가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친구에게 들었어요, 당신이 초콜릿을 좋아한다고." 그녀가 내밀은 상자는 내가 사려던 것과 정확히 같은 브랜드였다. "제가 직접 만든 건 아니지만, 이 브랜드가 제일 좋아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설명할 수 없는 해방감이 밀려왔다. 천천히 내 주머니에서 녹아버린 초콜릿 봉투를 꺼냈다. "저도... 같은 걸 준비했는데, 운명이 도와주지 않네요."

그녀는 폭소를 터뜨렸다. 우리는 그날 밤 그녀의 가게에서 초콜릿을 직접 만들었다. 그녀가 내 손을 잡고 템퍼링하는 방법을 알려줄 때, 그 온기는 초콜릿보다 더 달콤했다. 때론 완벽하게 준비한 계획이 무너져야 진짜 기회가 찾아오는 법이다. 마치 초콜릿이 녹아내려야 비로소 그 진짜 맛을 알 수 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