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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출근

마지막 소개팅, 첫 출근길

내가 열 번째 소개팅에서 만난 그는 내 인생을 바꿀 사람이라고 직감했다. 그것도 최악의 방향으로.

"제 명함입니다." 그가 건넨 카드에는 놀랍게도 내일 출근할 회사의 로고가 선명했다. 그리고 그의 직함은 '인사팀장'. 커피숍의 에어컨 바람이 갑자기 얼음장처럼 느껴졌다.

어젯밤까지 SNS에 올린 '소개팅 재앙 시리즈' 게시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특히 지난주 소개팅 남자를 두고 "입만 열면 자기 얘기, 넥타이는 촌스럽게 매고, 웃을 때마다 콧구멍이 활짝"이라고 조롱한 글이 가장 인기였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내 앞에 앉아있는 인사팀장이었다.

"혹시... 김지영 씨죠?"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SNS에서 봤어요. 흥미로운 글들을 많이 쓰시더군요."

카페의 재즈 음악은 계속되었지만, 내 귀에는 오직 심장이 요동치는 소리만 들렸다. 내일이 첫 출근이었다. 6개월간 취업 준비 끝에 어렵게 얻은 기회였다.

"특히 넥타이가 촌스럽다는 평... 참고할게요." 그가 자신의 보랏빛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며 미소 지었다. 미소 속에 콧구멍이 보였다.

시간은 고문처럼 느리게 흘렀다. 커피를 홀짝이며 나는 온갖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그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마치 내일의 인사평가를 미리 하는 것처럼 날카롭게 관찰하는 눈빛이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신입사원님." 헤어질 때 그가 건넨 말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경고였다.

다음 날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나는 밤새 고민한 세 가지 선택지를 생각했다. 첫째, 출근해서 모든 것을 부정하기. 둘째, 아예 출근을 포기하기. 셋째...

회사 로비에 도착했을 때, 그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어제와 달리 그의 표정은 따뜻했다.

"지영 씨, 솔직함이 마음에 들었어요. 우리 회사는 그런 직원이 필요해요." 그가 내민 손에는 어제의 보랏빛 넥타이가 감겨 있었다. "인사팀 환영 선물입니다. 제 취향보다 당신 취향이 더 나을 것 같아서요."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인생의 소개팅들과 출근길들은 우리가 예상하는 방향과 정반대로 흘러가기도 한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가장 당황스러운 시작이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의 서막이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