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소개팅: 마법사와의 첫 만남
커피숍 창가에 앉자마자 깨달았다. 그가 실제 마법사라는 것을. 내 앞에 앉은 남자의 손가락 끝에서 푸른빛 불꽃이 잠깐 일렁였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친구가 주선한 이 소개팅에서 "그는 특별해"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 정도로 특별할 줄은 몰랐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도윤입니다." 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는 순간, 따뜻한 전류가 내 손끝에서 어깨까지 흘러들어 왔다. 그의 눈동자는 푸른 바다처럼 깊었고, 미소 속에는 수백 년의 지혜가 숨겨져 있는 듯했다.
"저... 마법사신가요?" 내 질문에 그는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미소지었다.
"비밀을 빨리 알아채시네요. 대부분은 첫 데이트가 끝날 때까지도 모르는데." 그의 목소리는 깊고 부드러웠다. "요즘 마법사들도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해요. 소개팅도 하고, 연애도 하고..."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손가락으로 창문을 가리키자 빗방울들이 창에 부딪히며 하트 모양을 그렸다. 내 입에서 감탄사가 새어 나왔다.
"그럼... 마법으로 사람 마음도 조종할 수 있나요?" 약간의 경계심이 내 목소리에 묻어났다.
그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건 마법사 윤리 강령 제1조에서 금지하고 있어요. '어떤 마법도 타인의 자유의지를 침해해선 안 된다.'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이죠."
대화는 물 흐르듯 이어졌다. 그는 1500년대 조선 시대부터 살아왔다고 했다. 세종대왕을 직접 만났고, 임진왜란을 겪었으며,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의 흥분도 기억한다고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대 문화에 대한 그의 지식은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았다.
"왜 소개팅을 하시나요? 마법으로 운명의 상대를 찾을 수 있지 않나요?" 내가 물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마법은 만능이 아니에요. 사랑은... 그 어떤 마법보다 복잡하고 신비로운 것이니까요. 어쩌면 제가 수백 년 동안 찾아온 건 그냥 이렇게 커피숍에서 누군가와 진심으로 대화하는 시간일지도 모르겠어요."
우리의 소개팅은 세 시간으로 늘어났다. 헤어질 때, 그는 내 손바닥에 작은 꽃 한 송이를 마법으로 피웠다. 꽃잎이 내 피부 위에서 따뜻하게 맥동했다. "이건 마음의 꽃이에요. 당신이 진심으로 원할 때만 피어나는 꽃이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나는 손바닥의 꽃이 점점 더 밝게 빛나는 것을 보았다. 평범한 소개팅이 판타지로 바뀐 날, 내 마음도 예상치 못한 마법에 물들기 시작했음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