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GG

소개팅호러

호러 소개팅: 그가 미소 지을 때

커피숍 창가에 앉아 처음 그를 봤을 때,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했어야 했다. 그의 미소가 얼굴에 너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서 오히려 부자연스러웠으니까.

"혜진 씨, 기다리셨어요?" 그가 내 이름을 부를 때 혀 끝이 이상하게 꼬이는 소리가 났다. 친구 민지가 주선한 소개팅. 그녀는 태현이 '완벽한 남자'라고 했었다.

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그는 모든 질문에 너무 적절하게 대답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음악, 음식까지. 마치 누군가가 미리 대본을 써준 것처럼. 에스프레소를 마실 때마다 그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확장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가끔, 아주 짧게, 그의 피부가 빛에 반사되어 비정상적으로 반짝였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 그가 갑자기 물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스마트폰 카메라가 나를 향했을 때, 화면 속 내 얼굴이 순간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혜진 씨는 정말 특별해요. 오랫동안 찾아왔어요." 그의 말에 등줄기로 한기가 흘렀다. 화장실에 가겠다고 자리를 뜨며 민지에게 급히 메시지를 보냈다. '이 사람 어디서 알게 된 거야?'

민지의 답장이 왔다. '무슨 소리야? 내가 소개팅? 난 해외출장 중인데?'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공포에 질린 내 얼굴을 보았다. 탈출구를 찾아 주변을 둘러보는데, 그가 화장실 문 앞에 서 있었다.

"혜진 씨, 괜찮아요?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아요." 그의 목소리가 이상하게 울렸다. 마치 여러 목소리가 겹친 것처럼.

손을 떨며 창문을 열었다. 다행히 1층이었다. 창문을 넘어 밖으로 뛰쳐나왔다. 비가 내리는 거리를 미친 듯이 달렸다. 뒤돌아보니 그가 천천히 나를 쫓아오고 있었다. 달리지 않고, 그저 걸어오는데도 점점 가까워졌다.

핸드폰이 울렸다. 알 수 없는 번호였다. 받지 않았지만, 곧 문자가 왔다.

"좋은 만남이었어요, 혜진 씨. 다음에는 더 특별한 장소로 모시겠습니다. 당신의 데이터는 이미 충분히 수집했으니까요."

집에 도착해 문을 걸어 잠그고 창문을 확인했다. 내 손에 쥐어진 핸드폰에서 태현의 마지막 메시지가 떴다. "오늘 찍은 사진, 정말 잘 나왔네요. 당신의 복제 작업이 거의 완성되었습니다."

그날 밤, 창문을 통해 달빛이 들어올 때마다, 바깥에 서 있는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그 실루엣이 점점 더 나를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