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공복: 소설과 간식 사이의 경계
마감 시간이 임박한 순간, 박하준은 그의 열 번째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쓰기 위해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그러나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그의 위장이 요란하게 울었다.
책상 서랍을 열자 다양한 간식 봉지들이 그를 반겼다. 감자칩, 초콜릿, 쿠키... 모두 절반쯤 먹다 남긴 것들이었다. 하준은 소설을 쓸 때마다 항상 간식을 옆에 두었다. 그것은 그의 창작 의식과도 같았다. 한 봉지를 다 비우면 소설 한 챕터가 완성되었다는 신호였고, 새 간식을 열면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의미였다.
"작가님, 이번 소설은 정말 대단해요. 독자들이 미칠 거예요." 편집장의 메시지가 도착했지만, 하준은 화면을 응시한 채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완성한 소설이 출간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그는 열 권의 소설을 썼고, 열 권 모두 마지막 문장에서 멈췄다.
하준은 서랍에서 반쯤 먹다 만 감자칩 봉지를 집어들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첫 번째 칩을 입에 넣자 짜고 바삭한 맛이 혀 끝에서 터졌다. 그는 갑자기 깨달았다. 간식처럼 그의 소설도 항상 절반쯤 먹다 남겨진 상태였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소리는 마치 타자기 소리 같았다. 하준은 문득 자신이 왜 소설을 끝내지 못하는지 이해했다. 끝을 맺는다는 것은 이별을 의미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쓰는 순간, 그는 그 이야기와, 그 속의 인물들과 영원히 헤어져야 했다.
하준은 서랍의 모든 간식 봉지를 책상 위에 쏟아부었다. 그리고 하나씩 봉지를 들어올려 남은 내용물을 모두 비웠다. 짜고, 달고, 쓴 맛들이 입 안에서 뒤섞였다. 마지막 부스러기까지 삼킨 후,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키보드로 돌아온 그의 손가락은 이제 떨리지 않았다. 스크린 위에서 커서가 깜빡였다. 하준은 마지막 문장을 입력하기 시작했다. "끝을 맺는다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그러고는 비어 있는 간식 봉지들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다음 날 아침, 편집장에게 원고를 보낸 하준은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그는 새로운 소설을 위한 간식들을 고르며 미소지었다. 이번에는 완전히 새로운 맛을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 마치 아직 써보지 않은 이야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