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로 쓰는 소설, 소설로 남는 과자
타이핑을 멈추면 과자가 한 조각씩 사라진다. 내가 이 비밀을 알게 된 건 마감 3일을 앞두고 초콜릿 과자를 한 움큼 들고 노트북 앞에 앉았을 때였다.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릴 때마다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달콤함에 취해 있다가, 문득 과자 봉지를 보니 처음보다 줄어들지 않았다. 타이핑을 멈추자 과자 한 조각이 흐릿해지더니 사라졌다. 다시 타이핑을 시작하자 과자는 그대로였다.
나는 이 현상을 다양한 과자로 실험해봤다. 감자칩은 한 문단에 한 조각씩, 젤리는 한 페이지에 두 개씩, 쿠키는 글의 완성도에 따라 소멸 속도가 달라졌다. 흥미로운 건, 글이 재미없으면 과자가 더 빨리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단단한 비스킷이 물에 녹듯이 흐릿해지는 모습은 마치 내 재능이 증발하는 과정 같았다.
소설 마감이 다가올수록 나는 더 많은 과자를 구입했다. 한 번은 24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글을 썼고, 옆에 쌓아둔 과자 봉지들은 하나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날 쓴 소설은 내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이 되었다. 비평가들은 "이 소설의 달콤함과 짭조름함이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평했다. 그들은 내 식이요법이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고 추측했지만, 아무도 진실을 알지 못했다.
소문이 퍼지며 출판사들이 더 많은 작품을 요구했다. 나는 집 한쪽을 과자 창고로 만들었다. 단 한 번도 끝내지 못한 이야기는 없었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곧 사라질 과자를 의미했으니까. 하지만 세 번째 소설을 출간한 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내 몸에서 과자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손가락에서는 초콜릿 가루가 떨어졌다. 타이핑할 때마다 키보드에 설탕 부스러기가 남았다.
의사는 아무 이상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내 몸이 과자로 변해가고 있었다. 글을 쓰지 않으면 나 자신이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 나는 더 미친 듯이 썼다. 손가락이 비스킷처럼 바스러질까 두려워 잠도 자지 않았다. 마지막 소설을 완성했을 때, 나는 이미 절반쯤 과자가 되어 있었다.
오늘, 나는 내 이야기를 남긴다. 창 밖에서 비가 내리고 있다. 곧 내 몸은 완전히 과자가 되어 비에 녹아내릴 것이다. 하지만 내 소설은 남을 것이다. 아마도 내 다음 독자가 페이지를 넘길 때, 희미한 과자 향이 풍겨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혹시 당신이 글을 쓰다가 옆에 놓인 과자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조심하길 바란다. 당신의 단어가 달콤해질수록, 당신의 몸은 서서히 녹아내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