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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남사친

소설 속 남사친: 현실이 된 픽션

내가 쓴 소설의 남자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남사친 도윤이 내 소설 속 주인공 '서준'과 똑같은 말과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소설 속에서 서준이 커피를 쏟는 장면을 쓴 다음 날, 도윤은 정말로 내 앞에서 아메리카노를 엎질렀다. 그의 당황한 표정, 머쓱하게 웃는 모습까지 완벽히 일치했다.

"야, 너 혹시 내 소설 읽었어?" 나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뭐? 아직 안 보여줬잖아. 비밀이라며." 도윤의 대답은 솔직해 보였다. 소설 속 서준의 깊은 초록색 눈동자처럼, 도윤의 눈에는 거짓이 없었다.

이틀 후, 나는 소설에 서준이 갑작스러운 비에 옷을 벗어 여주인공에게 덮어주는 장면을 썼다. 그리고 그날 저녁, 도윤과 함께 걷던 중 스콜처럼 쏟아진 비에 도윤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재킷을 벗어 내 어깨에 둘렀다. 그의 손가락이 내 어깨에 스치는 순간, 내 심장은 소설 속 여주인공처럼 격하게 뛰었다.

소름이 돋았다. 이건 분명 우연이 아니었다. 나는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소설 속에서 서준이 여주인공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을 썼다. 카페 테라스에서,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머뭇거리다 용기를 내어 "사실 널 좋아해"라고 말하는 장면.

그리고 다음 날, 도윤은 정말로 카페 테라스에서 만나자고 했다. 해가 지는 시간에. 나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오랜 친구였던 도윤에게 갑자기 이런 감정이 생긴다는 게 이상했지만, 소설이 현실이 된다면... 나는 그의 고백을 기다렸다.

하지만 도윤은 노을이 질 때까지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 이야기만 했다. 내 가슴은 실망과 안도가 뒤섞여 복잡했다. 이론이 틀린 걸까? 그때 도윤이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할 말이 있어..."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나... 네 소설 읽었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뭐? 어떻게?"

"지난번에 네 노트북 빌렸을 때 열려 있었어. 미안해." 도윤은 머리를 긁적였다. "근데... 네가 쓴 서준이라는 캐릭터가 자꾸 생각나서. 정말 멋있더라.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

내 표정을 본 도윤이 급히 덧붙였다. "그리고 서준이 여주인공을 대하는 방식이... 내가 널 대하고 싶은 방식이기도 했어."

그 순간, 현실과 소설의 경계가 무너졌다. 나는 내가 창조한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을 좋아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줄곧 곁에 있던 남사친을 좋아하게 된 것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 둘은 처음부터 같은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내 소설이 현실을 만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 현실이 소설을 만들어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