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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드라마

소설 속 드라마: 우리가 쓰지 않은 이야기

소설을 덮는 순간,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마지막 페이지에 맺힌 물방울이 잉크를 번지게 했지만, 이미 그 이야기는 그녀의 영혼에 새겨진 뒤였다. 민지는 오래된 소파에 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창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았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낡은 소설이 자신의 인생과 똑같은 드라마를 담고 있다는 사실에 온몸이 떨렸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훔쳐 썼나?" 민지는 표지를 다시 확인했다. 출간일은 10년 전. 그녀가 태어나기도 전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 '소연'은 민지처럼 어머니 없이 자랐고, 똑같이 연극 동아리에서 첫사랑을 만났으며, 똑같이 그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심지어 소연이 새 출발을 위해 떠난 도시의 이름까지 민지가 다음 달 이사 갈 예정인 곳과 일치했다.

소설 속 소연이 새로운 도시에서 만난 남자는 민지가 지난주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 남자의 직업, 웃을 때 눈가에 생기는 주름까지.

민지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소연은 그 남자와 비 오는 날 다리 위에서 이별했다. 그리고 그날 밤, 소연은 강물에 뛰어들었다.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로 소개팅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으세요?"

창밖의 비는 더욱 거세게 내렸다. 민지는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다시 펼쳤다. 그리고 무언가를 발견했다. 책 표지 안쪽에 희미하게 적힌 글씨.

"모든 드라마는 작가의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당신의 이야기는 당신이 쓴다."

민지는 천천히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비에 젖은 도시가 그녀 앞에 펼쳐졌다. 소설 속 소연은 이 비 오는 날, 그 남자를 만나러 갔다가 모든 것을 잃었다. 하지만 민지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죄송해요, 오늘은 어려울 것 같아요. 제가... 제 이야기를 써야 할 것 같거든요." 민지는 전화를 끊고 책상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빈 노트북을 열었다.

민지는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첫 문장부터 이야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소설 속 인물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써 내려가는 작가가 되기로 한 그 순간, 창밖의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