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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보드게임

소설 보드게임: 지워지지 않는 주사위

"소설은 주사위처럼 던져질 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검은색 보드게임 상자를 책장에서 꺼냈다. 상자 위에는 금색 글씨로 '당신의 이야기'라고 쓰여 있었다. 그날 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게 될 줄은 몰랐다.

보드게임 상자를 열자 주사위 여섯 개와 무언가가 적히지 않은 텅 빈 카드들이 나왔다. 주사위에는 숫자 대신 '인물', '장소', '사건', '감정', '갈등', '결말'이라는 단어들이 각 면에 새겨져 있었다. "이건 소설 쓰기 게임이야.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요소들로 이야기를 만드는 거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미묘한 떨림이 있었다.

첫 번째 주사위를 굴렸을 때, 창밖으로 번개가 번쩍였다. '작가'. 두 번째 주사위는 '도서관'이었다. 세 번째는 '실종'. 네 번째는 '후회'. 다섯 번째는 '자신과의 대립'. 마지막 주사위가 멈췄을 때,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현실이 된다'.

"이제 이야기를 만들어봐," 그녀가 빈 카드를 내밀었다. 나는 농담처럼 이야기를 지어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작가가 자신이 쓴 소설 속 캐릭터와 같은 모습의 사람들이 하나둘 실종되는 것을 목격하고, 자신의 창작물이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이야기였다. 그 작가는 후회로 가득 차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기 위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써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야기를 카드에 적자 잉크가 스며들어 사라졌다. "이제 게임은 시작됐어," 그녀가 속삭였다. 그 순간 내 휴대폰이 울렸다. 도서관에서 밤 근무를 서달라는 긴급 요청이었다. 평소에 없던 일이었다.

도서관에 도착했을 때,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책장 사이를 거닐며 불을 켰을 때, 내 소설에서 묘사했던 것과 똑같은 모습의 사람이 책을 읽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만나네요, 작가님." 그가 말했다. "당신이 만든 세계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제 이 이야기는 제가 끝내야겠어요."

나는 마른 침을 삼켰다. 책장 사이에서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났다. 그리고 또 다른 인물. 모두 내가 쓴 소설 속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같은 말을 했다. "당신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도망치듯 밖으로 나와 집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여전히 거기 앉아 있었다. "게임을 끝내고 싶다면, 결말을 써야 해요." 그녀가 또 다른 빈 카드를 내밀었다. "하지만 조심하세요. 소설과 현실의 경계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얇으니까요. 당신이 던진 주사위는 이미 굴러가고 있어요."

떨리는 손으로 펜을 잡았다. 어떤 결말을 써야 할까? 내가 만든 캐릭터들을 죽이는 결말? 아니면 그들에게 새로운 세계를 허락하는 결말? 이 보드게임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다. 이것은 창작의 무게와 책임에 대한 시험이었다. 잉크가 종이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고, 나는 깨달았다 - 우리가 쓰는 모든 이야기는 어딘가에서 반드시 현실이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