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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사진

소설 속 사진: 현실을 프레임에 가두다

처음으로 할아버지의 서재를 정리하던 날, 발견한 낡은 소설책 속에서 한 장의 사진이 미끄러져 나왔다. 책갈피처럼 꽂혀 있던 그 사진은 내가 알지 못하는 젊은 여인의 모습이었다. 얼굴은 낯설었지만, 그녀의 미소는 이상하게도 친숙했다.

사진 뒷면에는 희미한 잉크 자국으로 '마지막 장을 읽으면 이해할 수 있을 거야'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소설책은 『마지막 페이지의 사랑』이라는 제목의, 한때 유명했던 작가의 미발표작이었다. 먼지를 털어내고 책장을 넘기자 목조 서재의 오래된 종이 냄새가 공기 중에 퍼졌다.

밤새 소설을 읽었다. 이야기는 한 작가가 자신의 소설 속 여주인공을 사랑하게 되는 기이한 내용이었다. 그는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를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했고, 그녀를 향한 사랑에 빠져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잃어갔다. 작가는 결국 자신의 창작물을 현실로 데려오기 위해 특별한 사진관을 찾아간다는 내용이 마지막 장에 담겨 있었다.

"당신이 마음에 그린 인물을 글로 표현하면, 우리는 그를 사진으로 만들어 드립니다." 소설 속 사진관의 문구가 이상하게 가슴을 파고들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 놀랍게도 제본 속에 숨겨진 비밀 봉투가 있었다. 그 안에는 할아버지의 자필 메모가 들어 있었다. "이 소설은 자서전이다. 사진 속 여인은 내 상상에서 태어나 현실이 된 너의 할머니다."

숨이 멎는 듯했다.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사진은 상상 속 인물이 물질화된 불가능한 증거였다. 내 할머니는 한 소설가의 머릿속에서 태어난 캐릭터였던 걸까? 아니면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설적 상상력이었을까?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니, 할머니의 눈에는 내가 이제껏 본 어떤 사진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특별한 빛이 있었다. 마치 자신이 잉크와 종이에서 태어났음을 아는 듯한, 자신의 존재가 기적임을 인식하는 듯한 빛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내 펜 끝에서 태어나는 모든 인물들이, 어쩌면 언젠가 사진 속에서 나를 바라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