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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아내

소설 속 아내: 내가 살지 않은 인생

내 아내는 나를 배신했다. 소설 속에서. 내가 쓴 소설 속에서 그녀는 주인공을 떠났고, 현실에서 그녀는 내 원고를 들고 떠났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책상 위에는 삐뚤빼뚤 쓰인 편지만 남아있었다. "당신이 쓴 내 모습이 진짜 나보다 더 진짜 같아서 더는 견딜 수 없었어."

열흘 전, 그녀는 내 노트북을 열어 완성되지 않은 소설을 읽었다. 소설 속 '그녀'가 외도하는 장면에서 아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게 당신 마음속에 있는 내 모습이야?"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소설은 소설일 뿐이야." 하지만 그녀의 눈에 맺힌 눈물은 말과 달리 현실의 상처를 증명했다.

출판사에서는 마감을 재촉했고, 나는 소설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소설 속 '그녀'는 점점 더 복잡한 인물이 되어갔다. 아내와 닮았지만 어딘가 더 극적이고, 더 완벽하게 불완전했다. 현실의 아내는 점점 침묵해갔다. 소설을 쓰는 밤이면 그녀의 숨소리가 침대에서 들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그녀가 가져간 원고는 완성되지 않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그녀'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 결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용서할 것인가, 아니면 놓아줄 것인가. 현실의 나는 결정하지 못했고, 그녀는 결정했다.

편집장에게 전화가 왔다. "원고 언제 보내주실 거예요?"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내가 가져갔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농담이시죠?" "아뇨, 진심입니다. 제 소설 속 아내가 실제 아내를 데리고 사라졌어요."

오늘, 택배 상자가 도착했다. 발신인은 없었다. 안에는 내 원고와 함께 새로 쓰인 결말이 있었다. 아내의 필체였다. 소설 속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삶을 시작했고, 그 삶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행복으로 가득했다. 마지막 문장은 이랬다.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원고 옆에는 이혼 서류가 정갈하게 접혀 있었다. 내 소설은 완성되었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끝났다. 이제 나는 내가 창조한 인물들이 실제로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아내는 자신의 소설을 쓰고 있는지 궁금해하며 빈 책상 앞에 앉아있다. 종이를 꺼내 새 소설을 시작한다. 첫 문장: "내 아내는 돌아올 것이다. 소설 속에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