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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여름

달아난 여름의 소설

책벌레인 나는 여름이 끝나갈 때마다 이상한 현상을 경험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 일이 일어났다. 내 방 책장에서 여름에 관한 모든 소설들이 사라진 것이다.

처음 이 현상이 시작된 것은 세 해 전, 정확히 8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햇빛이 창문을 통해 방을 채우며 내 책장을 환히 비추던 그날, 레이 브래드버리의 '여름의 아침' 소설이 책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다음 날 다시 나타났을 때는 마지막 페이지에 작은 모래 한 줌이 끼어 있었다. 이듬해에는 여름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이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가 9월 1일 아침에 돌아왔는데, 책 사이사이에는 마른 풀잎과 해변의 조개껍데기가 끼어 있었다.

오늘 아침, 책장을 바라보니 여름이 등장하는 소설들—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부터 한강의 '소년이 온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까지—모두 자리를 비웠다. 창문을 열자 바다 소금 냄새가 방 안으로 밀려들었다. 창틀에는 누군가 남긴 듯한 젖은 발자국이 있었고, 그 옆에는 작은 쪽지가 놓여 있었다.

"우리는 매년 여름의 마지막 날, 소설 속으로 돌아가 살아야 해요. 책 속 여름이 끝나면 현실의 가을이 시작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가슴이 뛰었다. 소설 속 인물들이 책을 빌려간 것일까? 아니면 소설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일까? 침대 밑에서 가방을 꺼내 간단한 옷가지와 필기구를 챙겼다. 창틀의 젖은 발자국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발자국은 내 집 뒤뜰을 지나 마을 외곽의 작은 숲으로 이어졌다. 숲의 중심부에 도착했을 때, 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내 소설책들이 원형으로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햇빛이 비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 햇빛은 머리 위 하늘에서 내리쬐는 것이 아니라, 책이 펼쳐진 페이지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여름의 아침'을 집어 들자, 페이지 사이로 손가락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순간 나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현실의 가을을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영원한 여름이 펼쳐진 소설 속으로 뛰어들 것인가.

어쩌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소설 속에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책 속으로 몸을 던졌다. 내 뒤로 현실의 숲은 희미해지고, 눈앞에는 끝없는 여름 해변이 펼쳐졌다. 책을 쓰던 작가도, 그 작가를 읽는 독자도 모르는 소설 속 여름의 비밀을 이제 나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