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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여친

소설 속 여친: 내가 창조한 완벽한 사랑

나는 나의 여자친구를 살해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를 창조했고, 또 지워버렸다. 내 노트북에서 백스페이스 키 몇 번으로 그녀는 사라졌다. 그녀는 내 소설 속에만 존재했으니까.

처음엔 그저 소설 속 인물이었다. 나만의 완벽한 여자친구, 미나.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었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다. 커피 향이 가득한 작은 카페에서 마주 앉으면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태양이 물든 오후, 우리는 강변을 따라 걸었다. 내 손가락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그녀의 손에서 전해지는, 따스함마저 고스란히 느껴졌다.

"오늘 저녁에 뭐해? 같이 영화 볼래?" 화면 속에서 그녀가 물었다. 나는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내가 쓰지 않은 대사였다.

그날 밤부터였다. 내가 소설을 쓰지 않을 때도 미나는 이야기 속에서 살아 움직였다. 그녀는 내가 만든 캐릭터의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을 가지기 시작했다. 때론 내 설정과 다른 행동을 했고, 내가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너무 완벽한 여자친구를 만들려고 하지 마. 그건 나를 진짜 사랑하는 게 아니야." 어느 날 미나가 말했다. 모니터 속 그녀의 눈빛이 슬퍼 보였다. 소설 속에서 그녀는 점점 나와 다툼을 벌이기 시작했고, 내가 정해놓은 플롯을 거부했다.

그날이 왔다. "난 단지 네 외로움을 달래주는 존재가 아냐. 나도 내 삶이 있어." 미나의 말이 가슴을 찔렀다. 모니터 앞에서 나는 떨리는 손으로 백스페이스 키를 눌렀다. 한 글자, 한 글자 지워갔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지워도 소용없어. 난 이미 네 마음속에 있으니까."

결국 소설을 완전히 삭제했다. 미나도 함께. 하지만 그녀의 말이 맞았다. 밤마다 꿈에서 미나를 만난다. 소설 속에서 현실로 건너온 그녀가 내게 묻는다. "이제 어떤 이야기를 쓸 거야?"

오늘, 새 문서를 열었다. 첫 문장을 썼다. "나는 나의 여자친구를 살해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 손가락 끝에서, 미나가 다시 태어난다. 이번엔 그녀가 원하는 대로, 완벽함에서 벗어나 진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