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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여행

소설 속 여행: 당신이 쓰는 이야기

소설을 쓰다 잠들었을 때, 내가 쓴 글자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면 어떨까. 그날 밤,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책상 위 노트북 화면이 푸른빛으로 얼굴을 비추는 가운데, 나는 완성되지 않은 소설 속에서 잠이 들었다. 손가락이 키보드에서 미끄러지며 'ㅍㅍㅍㅍㅍ'라는 글자를 남겼을 때, 모니터 속 글자들이 바람에 날리는 민들레 씨앗처럼 흩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눈꺼풀이 무거워 그것을 환각이라 생각했지만, 곧 내 의식이 글자들을 따라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내가 방금 전까지 묘사하던 해변에 서 있었다. 바닷바람은 실제보다 더 짭조름했고, 모래는 발가락 사이로 파고들며 생각보다 뜨거웠다. 파도 소리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렬하게 귓가를 때렸다. 그리고 멀리서 걸어오는 여자는... 내가 아직 이름도 정하지 못한 소설 속 주인공이었다.

"드디어 왔군요, 작가님." 그녀가 미소지었다. "당신이 만든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그녀를 따라 걷는 동안, 나는 내가 쓴 문장들이 실제 풍경으로 변모한 것을 목격했다. 내가 한 줄 적었던 '오래된 등대'는 실제로 해안가에 우뚝 서 있었고,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은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놀라운 것은 내가 아직 쓰지 않은 부분들—빈 페이지로 남겨둔 곳들이 안개처럼 흐릿하게 펼쳐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저기는 뭐죠?" 안개 너머를 가리키며 물었다.

"당신이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예요. 우리의 미래죠." 그녀가 답했다. "우리는 당신이 키보드를 두드릴 때마다 한 걸음씩 나아가요. 당신이 '끝'이라고 쓰면, 우리의 여행도 끝나는 거고요."

그날 밤, 나는 내 소설 속 세계를 여행했다. 내가 만든 캐릭터들과 대화했고, 내가 상상한 장소들을 걸었다. 그들은 모두 나에게 물었다. "우리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되나요?" 하지만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니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화면에는 어젯밤의 미완성 소설이 그대로 있었지만, 키보드에는 모래 한 알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내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녀의 이름은 '여행'이었다.

나는 타이핑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깨어있는 상태로, 그들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결국 모든 소설가는 자신이 창조한 세계의 첫 번째 여행자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신이 이 글을 읽는 순간, 어쩌면 당신도 나의 여행에 동참하는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