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영상, 흐린 소설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이 흐릿했다. 카페 창가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소설을 쓰려는데,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창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방울이 유리에 부딪히는 소리가 내 고막을 두드렸다. 그때 카페 TV에서 나오는 뉴스 영상이 내 시선을 붙잡았다.
"유명 소설가 이준호 씨의 실종 사건, 경찰은 아직 단서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준호. 내가 가장 존경하는 작가였다. 그의 소설은 항상 현실과 환상 사이 어딘가에 존재했다. 마치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듯한 문장들. 그리고 이제 그는 자신의 소설처럼 사라졌다.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알 수 없는 번호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당신의 소설, 읽었습니다. 이제 그의 마지막 작품을 보시겠습니까? 첨부 파일을 확인하세요."
첨부된 것은 30초짜리 영상이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재생 버튼을 눌렀다.
화면에는 어두운 방이 보였다. 책상, 그 위에 놓인 노트북, 반쯤 마신 커피 잔. 카메라가 천천히 움직여 책상 위 종이를 비추었다. 그것은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였다. 카메라가 더 가까이 다가가자 글씨가 선명해졌다.
"현실이란 소설이고, 소설은 영상이 되어 우리의 기억을 조작한다. 당신이 이것을 읽는 순간, 나는 당신이 되고 당신은 나를 찾게 될 것이다."
영상은 갑자기 검은 화면으로 바뀌었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보는 사람. 그 사람은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나였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앉아있는 바로 이 자리에서 촬영된 영상이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 때문에 흐려진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은 조금 전과 달랐다. 그것은 마치 다른 사람의 얼굴처럼 느껴졌다. 텅 빈 노트북 화면에 손가락을 올려놓자, 마치 누군가가 내 몸을 조종하듯 글자가 타이핑되기 시작했다.
"유명 소설가 이준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이 흐릿했다..."